용기가 필요해!
바르트 무야르트 지음,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그림, 김완균 옮김 / 살림어린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11살이면 내면에 귀를 기울일 때라 그런가? 큰아이는 요즘 가치에 관한 책을 읽어주면 좋아한다. 자아 존중감, 정직, 자유에 이어 용기를 다룬 책을 만나게 된 것도 큰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다. 생각했던 것보다 활자도 크고 문장이 끝날 때 마다 줄을 새로 잡아 여백이 시원스럽다. 가치에 대해서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부담감을 덜어 줄 것도 같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 한 켠에 용기가 넉넉하게 자리 잡고 들어서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뒤로 미루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대로 한꺼번에 들려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편집 역할이 컸다.

그동안 아이들이 생각했던 용기란 어떤 것일까? 길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주워든 로지가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그래서 더욱 두려워 하면서도 결국은 열어보려고 한 행동이 왜 용기가 필요한 지 큰아이는 이상해 했다.
“그런데 그게 왜 용기야?”
“그러게?”
나로서도 용기는 무서운 것을 이겨내고 아픈 것을 참는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일단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 걱정되는 작은아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호기심에 이끌려 용기있게 행동했을 거라 생각하니 엄마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것이 어른 세계에서는 말썽으로 통할지라도 좀더 느긋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시골에 있는 할머니댁에 가면 마당에서 호미로 삽으로 땅을 파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두 번째 이야기를 제일 좋아했다. 그림만 봐도 즐거운가보다. 할머니가 비오면 흙 씻겨 내려간다고 말려도 땅파기를 쉽게 그치지 않았으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만 하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엄마한테 혼나면 집나가고 싶다고 말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톰의 엄마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자기들이 잘못하고서는…. 그 때는 가출을 비롯한 일탈을 텔레비전에서 자주 볼 수 있어서 어린 아이들도 저런 생각을 쉽게 하는가 보다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닌가보다. 열심히 구덩이를 파는 톰을 보며 그것도 아이들의 용기구나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톰이나 바스처럼 아이다운 일탈이면 더욱 고맙지,하는 마음도 함께 들어선다.

앞 부분의 두 이야기와는 달리 세 번째 이야기는 마음이 무겁다. 아이가 아무리 말해도‘주먹보다는 머리를 쓸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우유 한 잔 따라주는 엄마가 답답하기만 하다.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은 반드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끝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가 없었다. 용기가 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를 누웠다가 옆에 엎드렸다가 하며 듣던 큰아이도 바짝 다가와 그림 하나하나를 눈여겨 본다. 엄마가 강조했던 것처럼 마르타는 ‘머리’를 써서 그 사실을 드러나게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아이들을 더 이상 어쩌지는 못하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지나가는 가해학생을 보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마르타의 말처럼 ‘착하다’는 것이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할 수 있는 일인지 어른들이 깊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언제 용기가 필요해?”
발표하려고 일어나면 생각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목소리도 울먹울먹 해지는데 이번 학기에는 그러지 않는다며 큰아이는 용기있는 자기 모습을 흡족해 했다. 두 아이 모두 길에서 고양이나 강아지를 만나면 지나가지도 못하고 무서워 한다. 그리고, 큰아이가
“집에 혼자 있을 때”
그러니까 작은 아이도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친다. 지금 당장, 또는 살아가면서 많은 순간을 혼자의 힘으로 선택하고 버티고 걸어 나갈 때 이 책이 아이의 마음속 깊이 응원꾼으로 남아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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