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분! 국민서관 그림동화 21
크리스토퍼 인스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국민서관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신나게 읽던지 기쁜 마음에 바로 하나 샀다. 앞표지 뒷표지를 한 번에 쫙 펴서 보여주면 “개업 호퍼박사님의 장난감 병원”이 눈에 띈다. ‘다음 분!’을 감싸고 있는 말풍선이 뾰족뾰족, 아이들의 심리에 딱 맞는 표현이다. 아이들은 호퍼박사님과 함께 신나게 외쳐댄다. “다음 분!”

흰 가운에 체온계, 펜 말고도 당근까지 찔러 넣은 호퍼 박사님의 모습이 개구짖다. 반면, 간호사

렉스는 팔짱을 끼고 시무룩하니 인사한다.“안녕하세요!” 훈장처럼 걸려있는 커다란 시계가 눈길

을 끈다. 그림책 넘길 때마다 시계 바늘도 움직였는데 고장 난건지 시각이 왔다갔다 한다.

환자들의 이름도 재밌다. 곰 한눈이, 양 북실이, 말 씽씽이, 개 킁킁이, 털 빠진 야옹이. 치료 전

용 상자에는 단추, 실패, 자크, 핀, 여러 가지 끈이 가득 들어있다. ‘만 약 에 네 가 이 걸 읽 을 수

있 다 면…’이라고 씌어있는 시력검사판은 한바탕 웃고 넘어가게 한다. 온몸의 실이 풀려 있는

양북실이의 반쪽을 뜨고 있는 엄마의 진땀빼는 모습, 이왕 하는 거 호퍼박사님의 스카프로 아기

양도 만들어준다. 말 씽씽이의 바퀴를 진지하게 조립하더니 다 고치고나서 신나게 올라타 달리

는 모습이나, 개 킁킁이의 코를 볼에 붙이고 마는 실수에서 호퍼박사님이 누군지 짐작이 가게 한

다. 털이 다 빠져서 웃지 않는 야옹이를 도울 방법이 없는데 ‘행복한 고양이’임을 일깨워주는 간

호사 렉스를 보니 내 생각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렉스의 가슴에 달려있는 커다란 시계훈장은 항상 바쁘다며 놀아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담고있는 아이의 마음이었나 보다. 아이들은 놀면서 엄마를 끌어들인다. 마지못해 끼어

들었다가도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행복이 밀려온다. 렉스도 그러한 우리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기실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차와 과자를 먹는 렉스의 입이 크게 미

소짓고 있다. 그러면서 이젠 호퍼박사님이랑 함께 외친다. “다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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