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풍선 웅진 세계그림책 112
사카이 고마코 글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습지 회사나 개업상가에서 풍선을 나눠주면 우리 아이들은 다가가 머뭇거린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분홍새-액”, “파란 거 갖고 싶어요.” 색깔까지 고른다. 여자아이는 언제나 옷도 신발도 분홍만 고르고, 남자 아이는 신발에서 안경테까지 파랑만 고집한다. 그러다 둘이 똑같이 좋아하는 색깔이 바로 노랑이다. 그런 노랑색 풍선을 들고 있는 꼬마 그림을 보니, 세 살 때쯤 뿡뿡이 풍선을 하늘로 날려버리고 지금도 울상이 되어 한 번씩 그 이야기를 꺼내는 작은아이가 생각나 집어 들었다.

그러나 아이 눈동자나 얼굴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고, 회색이 가득한 그림은 풍선에 대한 설레임이나 흥분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 째 꽂아 두고 다른 책들을 읽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아이 책 읽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 책읽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흐뭇하다. 사극에서 호롱불 켜진 방에서 책읽는 아이 목소리를 마당을 거닐며 듣고 있는 나이 지긋한 아버지처럼-. 떠듬떠듬 하나하나 읽다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다시 한번 빠르게 읽고 지나간다. 읽다가도 대화글에선 되돌아가 목소리도 바꾼다. ‘후후-, 노란 풍선을 읽고 있구나.’

이 방 저 방 갖고 다니며 읽더니 어느 날인가 인형들 보물상자에도 담아 뒀다. 아이가 이 책을 꽤나 좋아하는게 느껴져 책읽어주는 시간에 마음먹고 읽어줬다. 손가락에 묶어주는 그림에서 큰아이는 “난 손목에 묶은 적있는데-.”그런다. 우리 아이들이 거실에서 풍선으로 배구를 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듯 주인공도 그리한다. 헬륨을 넣어 천장까지 올라가버리는 풍선을 스푼에 매달아 주는 엄마 생각이 너무 부럽다. 한 수 배웠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떠 있는데 날아가지 않아요. 날아가지 않는데 떠 있어요.” 는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표현도 멋지지만 정말 그 말이 어울리는 그림도 엄마 생각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머리띠를 만들어 쓴 대목에선 누워서 듣다가도 일어나 그림을 들여다본다. “어디, 어디-” 같이 잠옷입고 있는 그림에선 작은 아이가 부러워 한다. “재밌겠지잉-” 병뚜껑 갖고도 뭐라뭐라 말하며 잘 갖고 노는 아이라 더 그러고 싶었을 것이다. 풍선이 나뭇가지에 걸려 혼자 밤을 보내야 하는 그림에선 회색이 더욱 진해졌다. 존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을 떠올리게 한다. 캄캄한 밤에 덩그러니 “달님”처럼 걸려있는 풍선을 우리 아이들도 한참 들여다본다. 이 마지막 그림에서 책장을 쉽게 덮지 못한다. 다행이다. 엄마가 내일이면 내려줄 것 같은 믿음이 주인공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행복을 안겨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