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낙하 미래그림책 52
데이비드 위스너 지음, 이지유 해설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이 여섯 살 정도 되면 장난감 한 번 정리한다. 블록이나 봉제 인형 그리고 자주 갖고 노는 것 아니면 커다란 통 속에 넣어 두었다가 그래도 찾지 않으면 재활용 수거함에 버린다. 그럼 아이들은 옆에서 ‘이거 필요해.’ ‘이건 00네 아빠야.’ ‘이건 이렇게 하면 신기하다?’하며 하나 둘 다시 챙겨 간다. 공중전화, 길고 투명한 껌통, 바퀴돌리는 햄스터, ‘지-익’ 요한한 소리 내며 기어가는 달팽이…. 장난감 가게에서 산 것 말고도 동네 가게나 문구점 과자에 딸려 있던 장난감까지 집어간다. 결국 밖에 버리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재료 면에서 재활용되는 것 뿐이다. 둘 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한 번 더 정리하는데 이 번엔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다. 아이들에겐 모든 게 살아있고 모든 게 필요한 것들 뿐이다. 만들기 할 때 쓰려고 재활용 통에 담아둔 플라스틱 병도 제 할 일 들이 주어지고, CD를 꽂아두는 나무 상자는 인형들의 유치원 버스가 된다. 도예 공방에서 만들어온 동물이나 소품도 아이들이 즐겨 찾는 놀이감이 되고 접시는 배가 되고 집이 된다. 장롱 속이나 책상 밑은 근사한 집이 된다.

『자유낙하』를 보며 큰아이가 열심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작은아이는 옆에서 ‘그게 아니야.’라며 가로 막는다. 뭔가 자기 생각하고 달랐나 보다. 우선 책을 손에 든 큰아이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고 다음에 작은아이 차례로 정했다. 글 없는 그림책이고 줄거리 있는 이야기라 다른 그림책처럼 한 쪽을 보며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으면 흐름이 끊어지고 재미가 덜할 것 같다.

아이들은 지도의 나침반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금방이라도 어디 여행을 떠나려고 방향을 정하는 사람처럼-. 왕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귀한 대접을 해 준다는 말이 흥미롭다. 사람들이 꼬마를 괴물이 살고 있는 성으로 데려가고 그 곳에서 이무기랑 싸우게 된다. 책속으로 도망치고 책 한 장 한 장의 흐름을 따라가며 다시 성으로 빠져 나오기까지의 긴장감이 아이를 더욱 끌어들인다. 괴물이 빠져나오기 전에 책을 덮어 가두고 보니 꼬마는 어느새 소인국에 와 있다. 많은 보물을 받아 길을 떠나는데 저만치 낭떠러지 아래로 지도가 날아가 버린다. 웃고 있는 돼지가 지도를 놓쳤다, 그래서 꼬마가 우울해 하고 있다는 생각도 어른인 나의 상상력으로는 따라가지 못할 이야기다. 소인국에 와서 집들이 너무 작은데 바람에 모든 것이 날아간다. 다행히 꼬마는 물고기와 새가 구해주고 무사히 집에 데려다 준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지? 책장을 한 장 넘기니 궁금한게 풀린다. 잠에서 깨어난 꼬마 표정 만큼이나 아이들도 즐거워 한다. 지금까지 꿈에 나온 것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다 꼬마 보물들이라고 말한다.

그래, 보물이구나! 둘이서 이야기를 만들며 갖고 놀았던 것, 장난감 통에 담지 못하고 제 자리에 갖다 놓지 못하고 내일 또 갖고 놀거라며 한 쪽에 올려놓고 자던 것들 모두 너희 보물이었구나! 하루 종일 갖고 놀고도 며칠째 그대로 놓아 두면 먼지가 쌓여 그만 정리하자고 했었는데 그걸 하나하나 부수고 제 자리에 갖다 놓는 아이 마음은 어땠을까 헤아려 본다. 그래. 조금 어지러워져 있더라도, 버려야 할 것 같은 물건이더라도 우선 아이들의 상상속 이야기들 부터 지켜주고 싶다. 혹시 아는가? 오늘 밤 아이들과 멋진 꿈나라에 다녀올지…. 언젠가 큰아이가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발표하고 박수를 받았다고 했다.

“뭐라고 했는데?”

“꿈을 꿀 때 제일 행복하다고-. 응, 꿈 속에서는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고 멋진 일도 많이 일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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