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서사를 자의적으로 뒤집어 아래가 위로 향하는 이야기. 그렇지만 어긋나는 서사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인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이따금 궁금했지만 그 결말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질문도 그만두었다. - P169

하지만 새벽이 되면 나는 알 수 있었다. 고요와 적막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깊은 밤이 되면, 바로 이곳이야말로 내가 궁극적으로 머물러야 할자리라는 걸. 흔들림도 뒤척임도 없는 부동의 장소. 움직임이 없는 몸. 모든 것이 멈춰 선 몸. - P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요한 무대를 망쳐버리는 상상을 하고 있다. 음악이 막 흐르기 시작한 순간, 조명이 나를 비추고 독무가 시작되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 그 순간에,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상상을. - P9

"우리의 감각기관은 참 효율적이죠. 지속적인 자극이 반복되면 그걸 그냥 배경 잡음으로 처리해버리니까요. 소음이 지속되면, 소음 자체를 감각처리 기관에서 음소거해버리는 셈이에요. 냄새도 마찬가지고요. 아마도 이곳 사람들은 이 냄새의 존재를, 그리고 어떤 소리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거예요. 그것과 함께 너무 오래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배경 잡음은 절대 사소하지 않아요. 그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죠. 그리고 때로 그것은 여행자의 시선으로만 포착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시선 대신에요." - P79

"됐어요, 이제 다 됐어요. 유안 씨, 당신은 강하고 아름다워요. 저는 당신에게서 언제나 배우고 싶은 강인함을 봐요. 상실을 딛고 일어서 나아가는 것, 우리 인간이 지닌 최고의 능력 말이에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 - P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미제라블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햄릿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운명의 굴레 속에서의 마리우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 자신을 알지 못하는 영혼의 그 첫 시선은 하늘 속의 여명 같은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빛나는 미지의 것의 눈뜸이다. 열렬히 사랑할 만한 암흑을 갑자기 어렴풋이 비추고 현재의 모든 순진함과 장래의 모든 정열로 이루어진 이 뜻밖의 빛의 위험한 매력은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것은 우연히 나타나서 기다리는 일종의 막연한 애정이다. 그것은 천진난만함이 부지불식간에 쳐 놓은 올가미요, 그러기를 바라지도 그렇게 할 줄도 모르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올가미다. 그것은 성숙한 여자처럼 바라보는 숫처녀다. - P232

인류, 그것은 동일성이다. 모든 인간들은 다 똑같은 점토다. 적어도 이승에서는 신이 미리 정해 놓은 운명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전생에는 다 똑같은 어두움, 생시에는 다 똑같은 육신, 사후에는 다 똑같은 재. 그러나 인간의 반죽에 섞여 든 무지는 그것을 검게 한다. 이 불치의 검은 반점이 인간의 내부에 번져 거기서 ‘악‘이 된다. - P259

이 인간쓰레기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빛이다. 넘쳐흐르는 빛. 서광에 대항하는 박쥐는 한 마리도 없다. 밑바닥 사회를 비추어라. - P2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