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대한 세상은언제나 작은 존재의 작은 움직임으로변화가 시작된다.‘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보다‘나부터라도’ 라는 태도가 필요하다.예전에는 (아마도 20대에는)사회라는 큰 공동체 속에 속한 나의 역할보다는그저 개인의 ‘나’에게만 초점을 맞춰 행동했다.그래서 ‘나 하나 변한다고 뭐 달라지겠어’,‘나 하나쯤인데 뭐 어때’ 라는어쩌면 이기적일 수 있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아이를 낳고부터 조금씩 달라졌다.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앞 날은조금 더 안전하고 다정한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나부터라도’ 라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얼마전 줌모임에서한 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아이가 없었다면 예전의 내 모습을굳이 바꿀 노력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아이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매일을 노력하고 있나 보다.<필리파가 받은 특별한 선물>도 역시작은 암꿩 한 마리, 필리파로 인해숲 속 동물들에게는 큰 변화가 생긴다.원래 그래, 어쩔 수 없어-라며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문제도,필리파는 용감하게 해결해 나간다.졸참나무 길에서 숲속 동물들에게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던 필리파의 담대한 표정이란..!더 이상 작은 암꿩 한마리가 아니었다그런데,현실에서나 그림책에서나-이전까지는 깡그리 무시되던 일들도높으신 분들이 직접 피해를 본 뒤에야새로운 해결책이 생기는 것인지아이들에겐 훈훈한 결말일테지만현실을 아는 어른들에겐 씁쓸한 결말일지도.
“쓸모 없는 건 그냥 좀 버려”물건을 잘 사는 편인데?그만큼 잘 버리기도 한다.필요에 의해서 샀다가(그 필요가 너무 많은게 문제)필요가 없어지면 바로 버린다(필요가 너무 빨리 없어지는게 문제)이런 성향 덕에 ‘언젠가 쓰겠지’하며물건을 쌓아두는 이들을 답답해 했고,내 기준, 쓸모 없는 물건을 사는이른바 예쁜 쓰레기를 모으는 이들을이해하지 못했다.물건뿐이 아니었다.삶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했던 것 같다.내가 처해 있는 현재,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며지금 당장 필요한 것 외에는 철저히 무시해왔다.그런데 <표범 아가씨의 굉장한 버스>에서는 묻는다.지금 쓸모 없다고 생각한 것이진짜 쓸모 없는 것일까나무 위에서 낮잠 자는 걸좋아하는 표범 아가씨는잠을 자지 않을 때마다노란색 버스를 몰며동물들을 마을 곳곳으로데려다 준다.표범 아가씨의 노란 버스는늘 동물들로 북적인다.그러던 어느 날, 노란 버스를 쌩하니앞지르는 무언가가 나타난다.바로 작고 까만 자동차 한 대.‘우와, 정말 굉장해!’ 라고 생각한 동물들은표범 아가씨의 버스 대신 너도나도승용차를 타기 시작한다.하지만 ‘굉장한’ 승용차들로 가득 찬 도로는서로 앞질러 가려는 생각만 있을 뿐마음의 여유도 도로의 여유도 없다.도로를 가로 막는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진표범 아가씨의 버스와 나무는정말로 쓸모 없는 것이었을까.오히려 쓸모 없다고 치부된 것들이 사라지면서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이 책에서 말하는 과도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우리의 환경이 멍들어 가는 것처럼.환경을 보존하며 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조화와 균형이 필요할 때다.내 일상은 현실과 낭만의 조화가 필요할 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