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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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ᆢ”

신문지 위에 수북하게 쌓인 멸치들을 보면
한숨이 나올 법도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멸치를 탐내는 고양이를 방어하고,
서로에게 양해를 구하며 화장실도 다녀오고,
콩쥐~ 팥쥐~로 허리를 펴가며
고생 뒤 찾아오는 노동의 참 맛(?)을 느낀다.

몸통 모아 놓은 데에 대가리에 똥이 가고
대가리와 똥 모아 놓은 데에 몸통이 가는
아주 크나큰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사과하고 실수를 되돌릴 줄 아는
책임감과 자비심까지



매 페이지마다 가득한
밤코 작가의 웃음 요소 덕분에
책을 보는 내내 깔깔거리며 웃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엔
어딘가 모르게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


<멸치 다듬기>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온라인 뉴스에 밀려 지금은 찾지 않는 종이 신문.
기사보다는 오늘의 운세, 가로세로 퍼즐, 광고에 재미를 두며
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설 스크랩까지.
모두 종이 신문에만 배어있는 추억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육수팩과 코인육수의 등장으로
‘멸치 다듬기’는 이미 역사 속 노동으로 사라졌다.


신문지에 멸치를 가득 쌓아놓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비록 육수팩의 힘을 빌렸지만
오늘은 <멸치 다듬기> 책 덕분에
시원한 멸치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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