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ᆢ” 신문지 위에 수북하게 쌓인 멸치들을 보면한숨이 나올 법도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멸치를 탐내는 고양이를 방어하고,서로에게 양해를 구하며 화장실도 다녀오고,콩쥐~ 팥쥐~로 허리를 펴가며고생 뒤 찾아오는 노동의 참 맛(?)을 느낀다. 몸통 모아 놓은 데에 대가리에 똥이 가고대가리와 똥 모아 놓은 데에 몸통이 가는아주 크나큰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빠르게 사과하고 실수를 되돌릴 줄 아는책임감과 자비심까지매 페이지마다 가득한밤코 작가의 웃음 요소 덕분에책을 보는 내내 깔깔거리며 웃다가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엔어딘가 모르게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멸치 다듬기>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온라인 뉴스에 밀려 지금은 찾지 않는 종이 신문.기사보다는 오늘의 운세, 가로세로 퍼즐, 광고에 재미를 두며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설 스크랩까지.모두 종이 신문에만 배어있는 추억이다.그리고 너무나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육수팩과 코인육수의 등장으로‘멸치 다듬기’는 이미 역사 속 노동으로 사라졌다.신문지에 멸치를 가득 쌓아놓고대가리 떼고 똥 빼고는 할 수 없었지만,비록 육수팩의 힘을 빌렸지만오늘은 <멸치 다듬기> 책 덕분에시원한 멸치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