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쌍은 오래된 피아노 같았다. 그 자신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로 린쌍에게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한지도 몰랐다. 아무도 연주하지 않는 피아노는린쌍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 P55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체면을 따지고 정말 외로움이 밀려들 때는 혼자 숨는 것밖에 못하는 존재였다. - P60
이미 세상을 뜬 어느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견문이 넓은 사람은 누구나 플롯을 자잘하게 쪼갤 수 있지만,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만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할 수있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 P63
네가 형용할 수 없는 뭔가란 시간이야. 하고 그가 말했다. 음악은 우리에게 시간을 들려주거든.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들려줘. - P68
사랑이라 부르는 것일 수도 있어. 신뢰라는 이름일 수도있고 우리는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기보다 흘러간 과거를듣는다고 하는 게 맞아. 각각의 건반이 토해 내는 것은 바로 그순간일 뿐이니까. 영원히 되돌아올 수 없지. 가장 고독한 사람도, 가장 가난한 사람도, 심지어 죽어가는 사람까지 누구나 드뷔시나 바흐의 곡에서 똑같이 감동할 수 있어. 그게 우리가 온 곳이자 갈 곳이거든, 피아니스트가 말했다. - P69
리흐테르가 음과 음 사이의 짧은 정적을 어떻게 장악하는지 잘 들어 봐. 소리 없는 부분도 연주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장엄하고 격앙된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 하지만 피아노 음 사이의 가벼움과 고요함을 완벽하게 해석해낸 사람은 리흐테르뿐이야. - P73
"게다가 그는 자기가 죽을 때 함께할 음악도 진작에 골라 두었어.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였지. 연주가가 되느냐 마느냐는 결국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인생을 끝까지 살았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뭔가가 있는가이지." - P83
방 안의 두 사람은 문틈 밖의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금발 남자가 피아니스트를 꽉 끌어안았고두 사람 입술은 여름을 다 보낸 뒤 마침내 상대를 찾아 여름의 끝자락에서 어떻게든 짝짓기를 끝내려는 매미들처럼 포개졌다. - P93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는 여전히 아내를 잃은 쓸쓸함과자책감에 빠져 있었다. 그가 마음을 열 상대라고는 처가살아 있을 때 고용했던 조율사뿐이었다. 그의 아내와 가까워질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음악 천재, 협박으로 에밀리의 시선을 끌려 했던 괴짜, 누구한테도 관심받지 못하는상처 난 결함품... - P94
피아노의 두 건반이 똑같은 거리로 다른 음정 속에 있으면서 완전히 판이한 진동과 공명을 만들어 내는 것과같았다. 육십과 팔십의 공진이 쓸쓸함과 절망감을 자아낸다면 그건 오랫동안 조율하지 않은 탓일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간격 중 무엇이 피타고라스의 절대적 협화 음정에가까울까? - P97
삼십 년 전의 추 선생님이라면 절대 그런 말을 할리없었다. 하지만 나도 눈앞의 선생님한테 적합한 사람이어떤 사람이냐고, 적합이라는 말은 피아노와 연주자의 조합에도 쓰기 힘든데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한테 쓰면 누구나 당연시하는 기준으로 변하느냐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나밖에 없느냐고 따지고 싶지 않았다. - P126
해머와 현이 접촉할 때 경중이 다른 탄성을 만들어 윙윙, 챔챙 쓰쓰의 비중을 강화하거나 연장하는 것뿐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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