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
로저 스크루턴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인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긴했지만, 시간에 꽤 지난 지금 내게 남은건 '빌라엠'과 신세계와인이 가격대비 맛이 괜찮다는것 정도뿐이라서, 오랫만에 읽는 와인관련서적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철학'과 '와인'이 합해지면 '지루'해야 정상인데, 이책의 광고문을 읽었을때,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뭔가 색다를것 같았다. 일드 '신의 물방울'을 재밌게 봐서 그런가^^?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와인은, 와인을 학문처럼 분석해논 고루함이 아니라, 일반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신선하게 설명해줄것 같았다.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저자의 와인에 대한 생각을 채 읽기도전에, 서문, 권두부록 및 서장등 서론이 무려 62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이름을 아무리 읽어도 머리속에 기억되지 않는 철학자에 대한 해설이 40여페이지가 넘는다.

 

본론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는 와인을 유래나 지역별로 그에 얽힌 얘기들이 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스토리 등 흥미를 갖게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앞의 서론보다는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다. 우리가 매실엑기스를 담듯이, 영국인들은 엘더베리를 과실주로 매년 담갔다고 하니- 이것은 와인과는 별개의 이야기이긴하지만- 왜 서양홍차 블랜딩에 엘더베리가 자주 등장하는지 알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녹차 홍차에도 매실이나 국화같은것을 블랜딩하면 다른이들이 보기에 뭔가 이국적이고 동양적인 우리만의 색깔있는 차가 나올수 있을 것 같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있었고, 또 레바논에서 와인이 처음 만들어졌다는설이- 물론 레바논사람들의 주장이긴 하지만-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레바논은 뭔가 와인과 매치가 안되긴 하지만..

 

그에반해 2부는 좀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존재와 의미에 관해 서술하면서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요즘 코르크마개대신 나오는 소주뚜껑같이 돌려따는 마개에 대해 흉물스럽다고 표현할때는, 저자가 확실히 와인을 즐기고 좋아함을 넘어서 추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막걸리나 전통주를 가지고 누가 이런식으로 글을 썼다면, 사람들은 그사람을 해박하다고 할까 아님 허풍이 심하다고 할까 궁금해졌다.

 

사람은 확실히 아는것만큼 보인다고, 원래도 얕은 와인지식을 가진 내가 와인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저자의 글을 이해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을듯 싶다. 아마도 좀더 와인을 알게되고 이책을 읽는다면, 그때는 이책의 맛깔스러움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위 도서는 책관련 카페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기증받은 것임을 밝힙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