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쌓인 나라 부탄,
부탄에 대한 여행기나 자료도 많지 않을 뿐더러, 나같은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나라. 여행, 특히 아시아를 너무 좋아해서 주변국들을 거의 다 가봤지만, 부탄은 아직 못가봐서, 왠지 신비롭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티벳인들과 함께 유전자적으로 우리나라와 가장 근접하며,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2009년 17위, http://en.wikipedia.org/wiki/Happy_Planet_Index)는 상당히 높은 나라, 이 나라 고위층의 의식이 남달라서, 남들은 못끌어와서 안달인 관광객을 일년에 정해진 수만큼만 받고, 관광객이 어린아이들에게 사탕주는것을 엄격히 금한다는 것 정도였다.
대학원 수업 중 한 호주 교수가 부탄의 이 '행복지수'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말하면서, 마치 국민들이 세뇌 되어서 강제적으로 행복하다고 대답한것 처럼 말하기도 했었는데, 그걸 들으면서 나는 월드컵때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고, '동원됐다'는 표현을 서양언론에서 썼던게 생각이 났었다.
당시 그걸 보면서 '어떻게 저런 기가막힌 생각을 할수 있을까' 했었는데, 가끔보면 서양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마치 무슨 불변하지 않는 절대진리인것처럼 생각하고, 자신들의 기준에 못 미치는 나라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지 않는걸 가졌다는 사실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서양의 입장에서보면 제대로된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지라도, 이 나라의 리더들이 상당히 깨어있고, 의식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국민들이 진정 행복한 한, 문제될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의 서양의 정치발전을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고 따를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은 린다 리밍이라는 미국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부탄을 여행한뒤 부탄과 사랑에 빠져 모든것을 뒤로한채 부탄에 살다가 부탄 남자와 결혼하여 정착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몰랐던 부탄에 대한 여러가지를 알게 되어서 좋았을 뿐만 아니라, 부탄과 부탄사람들을 마치 둘도 없는 지상의 낙원이나 천사들처럼 그리지 않고, 저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탄인들의 생활방식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쓴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정서가 비슷할 수 밖에 없는 부탄 주변국들을 여행해본 나로서는, 저자가 부딪히는 문화적 다름 등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녀가 분통이 터지는 모습이 상상이 갔다고 할까.
앞부분의 부탄 이야기도 좋았지만,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챕터인것 같다. 10장 '행복을 찾는 마지막 방법'에서 저자가 던진 행복에 대한 그녀의 철학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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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예측 할 수 없다. 당신이 올바른 상황, 즉 있어야 할 곳에 있을때 비로소 행복이 당신에게 온다 p230
행복을 안락과 연결시키지 마라. p232
궁극적으로 다른 어느누구도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당신 스스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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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과 번역이다.
책 앞부분에 사진이 몇장 있긴 하지만, 챕터마다 해당되는 부탄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같이 첨부되었더라면 더 좋았을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부탄에 관한 첫번째 책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말이다. 글을 읽는 내내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의복이라던지, 저자의 남편이 그린다는 그림이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려고 무척 애썼지만, 티벳과 비슷하리라는 가정밖에 할 수가 없었다. 사진이 더 있었더라면, 궁금증이 더 많이 충족되었을거 같아서..아쉽다.
무엇보다도 제일 아쉬운 점은 번역이었다. 부자연스럽고 의미전달이 전혀 안되는 문장이 너무나 많았다. 한두군데가 아니라 책 전체에...일일이 예로 들기에는 너무 많은 번역 오류. 자연스럽게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그냥 문장대 문장, 단어 대 단어로 번역해놓았다.
물론 번역이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니 번역이 제2의 창조라고 불리는 것 아닐까. 언어는 결코 1대1로 번역될 수 있는게 아니며, 정말 한국말로 전달이 안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 책의 번역은 전문가의 번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몇가지만 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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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 ~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한 지정학적인 조예도 깊다. 바깥세상의 일에도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 만일 당신이 지금 작게만 느껴진다면 열린 마음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p31: 세상은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를 갈망한다. 그것이 마치 손에 잡힐듯하다.
p234: 태도가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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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두 예시처럼 앞뒤문장과 도저히 연결이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난 저문장들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또는 마지막 예시처럼 영어문장을 곧이곧대로 번역해 놓는부분도 많았다. 아마도 저 문장은 원문에서는 "attitude is everything" 이나 "everything is about attitude"정도로 쓰여있을 것으로 추론되는데, "태도가 모든 것이다"보다는 "모든 것은 태도에 달렸다."나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등으로 한국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문장으로 바꿨어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부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또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평범하지 않은, 우리와 조금 다른 나라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나,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해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오자
p28 그나마 드루크 항공Druk Air, 부탄국영항공이=> 국영항'공'까지 컬러 및 사이즈 조절되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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