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수 많은 일본인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 주었다. 건축가 쿠마 겐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지진으로 맥없이 쓰러지는 건물을 보고 그는 건축과 인간이 이렇게 나약한 존재였냐는 물음에 휩싸였고 암울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일본이 영원히 침몰할 것만 같았고 미래나 내일에 대한 문제는 당장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이런 그를 구원해준 것은 다름 아닌 '장소'였다. 어릴 적 지내던 동네의 풍경, 성장하는 동안 스치던 곳의 기억에서 위안을 얻었다. 사람에게 장소는 그저 의미 없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제 자신이다. 쿠마 겐고는 그야말로 건축가는 장소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이른바 '약한 건축' - 장소를 있는 그대로 지키고 장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위화감 없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건축으로 그의 철학을 완성하였다.





책에서는 콘크리트에 대한 쿠마 겐고의 생각도 들을 수가 있었다. 산업화 시대에 대표 소재인 시멘트에 거부감을 가진 그는 가장 큰 이유로 불변형을 들었다. 처음에는 물처럼 형체가 없지만 굳어버리고 나면 절대로 변형 할 수 없는 무겁고 단단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정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목조 건축물은 나무 쌓기와 비슷하여서 편안한 여유로움을 느낀다. 8만명이 운집하는 2020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을 목조(나무+철강)로 짓겠다고 발표하여서 한 때 그의 설계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건축가로서의 이러한 건축 철학을 듣고 나니 수긍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