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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 돈이 붙는 여자의 돈 센스
시부이 마호 지음, 동소현 옮김 / 넥스트북스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대학 졸업 후 십 몇 년 간 줄곧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해 온 나는, 출산을 기점으로 처음으로 손에서 일을 놓고 집에서 지내며 아기를 돌보고 있다. 눈 떠서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품에 안고 달래어 재우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패턴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아기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생활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 이 아기가 커서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었을 무렵에, 그 때 즈음이면 나는 무얼 할 수가 있을까? 아기가 쑥쑥 잘 크고 이쁜 모습이 늘어갈수록 스스로 자존감에 대하여 자꾸 돌아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이 책은 놀랍게도 나처럼 (스스로 느끼기에) 사회에서 한 발 떨어진 걸까봐 초조하던 경단녀 또는 전업맘의 생각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책의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한다.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막상 이게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고,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진다. 불안한 마음에 닥치는 대로 이것 저것 공부하며 자격증을 따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그저 자격증 콜렉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책에서 말하는 핵심은 '스스로를 일으키는 힘'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주부라서 특별히 할 수 있는 팁같은 게 실려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내용은 나나 저자처럼 앞 일이 뿌연 사람에게 (그리고 특히 여성에게) 가정 내 자존감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나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코칭하고 있다. 사회 활동의 목적이 경제적인 면과 결부되는 만큼 책에서는 '돈 버는 센스'라고 칭하지만, 이는 곧 나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좋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30년 간 살면서 우리는 차곡 차곡 씨앗을 모아 왔다. 심지어 충분히 모아 왔다. 그럼 이 씨앗을 어디에 뿌려서 싹을 틔울지 고민 해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잘 키워 꽃을 피워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센스' 라고 칭하는 이런 역할이 내게 주는 의미를 느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