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야

[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운영하던 공장이 어려워지자 끝내 자살을 하고 만 아버지. 빈소에 찾아 온 고모부는 마사야에게 되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네 집에 빌려 주고 받지 못 한 돈이 있다며 아버지의 생명 보험금을 가로 채려고 하였다. 답답한 마음에 공장을 둘러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 마사야. 날이 밝을 시간이 다가와서 눈을 좀 붙이려던 찰나에 한신 대지진이 발생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마사야는 대들보에 깔린 채로 드러 누운 고모부를 보았다. 미동도 없는 그의 웃옷 주머니에서 삐져 나온 차용증 봉투를 본 마사야는 그것을 끄집어 내는데 순간 고모부가 눈을 떴다. 반사적으로 마사야는 기왓장을 집어 들고 고모부의 머리를 내리 치고 그는 즉사하였다. 이 곳도 이제 남의 손에 넘어 갈 공장과 집이고 모든 것은 끝났다는 생각에 일어서는데, 어떤 낯선 여자가 그런 마사야의 눈 앞에 서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환야' 는 1995년 일본에서 일어난 한신 대지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남녀의 관계, 범죄를 공유하고 서로 입 다물어 주는 플롯때문에 작가의 대표작인 '백야행'의 자매격으로 일컬어 지기도 하는데 작가는 인터뷰에서 단순히 백야행의 속편으로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환야를 쓰면서 제법 고생하였다고 말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한 추리 소설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잘 묘사하기 때문이다. 간혹 '뭐 이런 ...' 과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범죄 동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있기는 하나, 반대로 독자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묘한 공감을 느끼도록 한다. 환야를 비롯해 백야행, 편지, 비밀, 유성의 인연 등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독자와 비슷한 선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겪는 사건은 결코 평범하지 않고 오히려 코너로 몰아가기 때문에 소설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 갈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이 독서를 별로 하지 않는 사람들 마저도 읽기 좋다는 평을 받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