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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보험설계사의 하루 -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류인순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책에 흥미를 느낀 건,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 - 보험 설계사가 자신의 직업에 관하여 자전적으로 쓴 글이 보기 드물었으며, 두 번째 - 하물며 자기 개발이나 직업 소개 혹은 설계 노하우도 아닌 에세이라는 점이다. 작가 소개글을 보니 문학창작과를 전공하신 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비록 직업 상 문인은 아니지만) 본인 생활과 직업에 관한 글을 쓰신 거구나. 주저 없이 책장을 펼쳐 들었다.
시작은 그녀가 아리따운 아가씨 시절, 선을 보았던 사건부터 출발한다. 누군가의 소개로 저 멀리 지척에 떨어진 남자와 맞선을 보고 결혼한 그녀는 풋풋하고, 어리고, 그리고 안타깝게도 어린 나이만큼 어리숙했다. 몇 번 만나 보지도 못 한 채로 함께 살게 된 그 남자는 가정을 갖기엔 미숙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술에 절었고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 그녀가 보험 설계사로 발을 들이게 된 것은 '교육만 들어도 30만원 준다'는 솔깃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녀는 아이 둘을 케어해야 하는 엄마였고, 알콜 중독인 남편에게 수익을 기대 할 처지가 아니었다. 돈을 많이 벌겠다던가, 영업왕이 되겠다던가, 커리어를 갖고 싶다던가 등의 비전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보험 설계직. 그녀는 일을 통해서 그 동안 스스로가 몰랐던 자아를 바라 보게 된다. 상황도 많이 달라 졌다. 말단 사원에서 팀장으로 올라 부하 직원을 관리하고, 실적 미미로 쓰러져 가는 영업 사무소를 이끄는 선봉에 서기도 했다. 아, 물론 안하무인인 남편과도 헤어졌다. 이 대목에선 나도 두 주먹 불끈 쥐며 예스, 하고 외쳤다. 또한 감사한 새로운 인연과도 만났다. 나 역시 기쁜 마음에 속으로 박수를 쳤다. 젊은 엄마가 어느 덧 나이 지긋한 중년의 여인이 될 때까지 보험 설계사의 옷을 입은 그녀의 일대기가 뭉클하였다.
어쩌면 이 글이 자서전과도 같았다면, 그저 시중에 많고 많은 어느 영업왕의 이야기로 그쳤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피소드가 나열된 에세이가 더욱 그녀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켰다. 나라면, 어떤 절벽같은 상황에 직면할 때에 얼만큼 용기와 도전을 발휘할까. 마음을 채워주는 한 권의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