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크게 보였지만, 볼 수 없었다 그 눈부심 때문에..
해가 질 때 태양이 가장 크게 보인다. 해가 질 무렵에야 그날의 해가 떠오르던 순간에도 해가 질 무렵 못지 않게 큰 것이었음을 새롭게 깨닫게 한다. 로마 제국은 어떻게 멸망했다는 조목조목 짚어가는 이 책을 잡으면서 그리고 읽으면서 자꾸만 생각하는 일종의 화두 같은 것이다. 로마의 황제들이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가 훌륭한 건물을 아낌없이 지어, 어떤 역사책보다도 그들의 위용을 후세에게 전한 점, 부엇보다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그 건축물들처럼 남아 있듯이 이들은 최초의 고속도로를 발명 혹은 발견한 셈인데, 그 실행력은 발견이 아니라 발명으로 기록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렇게 그들은 제압한 속국을 관리할 수 있었다. 보다 넓은 영토를 위한 전쟁이 끊임없었지만 교통을 말 그대로 통하게 하고, 그를 기반으로 파발을 잘 조직하여, 통신을 원활하게 한 점, 그들은 원활한 통치를 위해 그리고 다민족을 흡수하는 인구(가 많아야 전사들도 많다) 유입정책에 성공했다. 로마가 제국으로서의 위용은 갖춘 데에는 무엇보다도 시민이 되고자 했고, 시민이 된 많은 주변국들의 백성들을 로마의 시민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한 데에 있다.
1995년 9월에 최초 발행된 <로마인 이야기1>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는 가정할 수 없다는 얘기를 거급하면서도,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가 '달마'(는 언제 사람이지?)다 아님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간 까닭에 의문을 품는다. 주변국과의 전쟁에서 혼전을 거듭하던 유년기를 막 벗어난 로마로, 알렉산드로스가 서쪽으로 갔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도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니 그러한 가정을 다시 옮기고 싶지는 않다. 바로 다음 책,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 영웅 25명, 로마의 영웅 25명을 선정하여, 위인적을 썼는데, 이른바 '비교열전'이라 불리는 이 책은 로마와 그리스의 유사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행적을 두 편을 앞세우고, 논평을 한다. 위에서 소개한 시오노 나나미의 논지 전개와도 같은 것이다. 물론 가정을 하기보다는 국적이 다른 두 영웅의 다른 점과 닮은 점들을 보게 하는데, 로마 영웅 5인 그리스 영웅 5인을 선정하여, 천병희 교수가 원전번역으로 옮긴 이 책은, 그 누구보다도 '알렉산드로스 전'에 공을 많이 들였다. 50인 전체를 다룬 영역본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주석이 없어 읽는 속도는 내지만, 그 묘미를 알 수 없는 번역본과도 비교할 수 없는 친절함이 있다. 나무 몇 그루의 생태를 봐도 그 숲의 대충을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대충이라, 적당히가 아니라 그 어원을 따지면 심오하다는 것을(검색해보시라).. 역시 가정할 수 없는 역사를 가정해보자면, 알렉산드로스가 동쪽으로 절반쯤만 가고, 그야말로 대부대를 이끈 정복에서 끝내지 않고 통치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동서양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대제국이 탄생했을 것이다. 그는 좀 특별한 전쟁여행을 한 셈이다.
지는 해가 아름답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바로 이 책은 이러한 앞서 얘기한 지는 해가 상징하는 왕국의 멸망사를 다룬 특별한 책이다. 마지막 황제를 보필했던 외국인 선교사(?)가 직접 쓴 청나라가 멸망하던 때, 마지막 황제가 잠시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들러리 황제가 되는 반짝 빛남이 오히려 슬프다.
긴 얘기가 필요없다. 병적인 집착으로 여겨질 만큼 기록에 집착하는 일본인들다운, 가장 일본적인 책의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난 과거를 이처럼 처절하게 분석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제대로 되짚고 있는가, 그들은 왜 '실패'했는냐고 질문을 던진다, 실패의 대립에는 성공이다 왜 성공하지 못했나 묻고 있는 것이다. 그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쩌면 그들은 성공했는지도 모르겠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는 우리들이 보여주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시라, 과거는 역사다. 그 역사는 어디로 달아나지 않는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를 제대로 평가하고 살피는 것만큼 제대로 길을 걷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또 있겠는가, 막연하게 경제민주화 왜치지 말라, 역사를 똑똑히 아로새겨야 산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든다. 성공하지 못해서 아픈가? 왜 그랬는지 아프지만 그 아픔과 거리를 두면서 제대로 살피면 길이 보인다.
해가 지는 서해의 섬들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