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역설적인 제목을 붙여보았어요. 고전을 읽는다고 하면 딱딱할 것이라는 느낌에서 그것이 선입관이라도 벗어날 수가 없잖아요. 오늘 문득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읽다가, 다음 대목을 보았어요.

[그렇지만 카토만큼 자화자찬이 심한 사람도 없었다. 카토가 한 말에 따르면, 품행이 좋지 못해 비난을 듣게 되면 사람들은 "우리를 나무라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카토가 아니니까요."라고 말하곤 했고, 그의 업적을 모방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은 '왼손잡이 카토들'이라고 불렸으며, 원로원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마치 항해 중인 승객들이 키잡이를 쳐다보듯 자기를 쳐다보았으며 가끔은 자기가 출석하지 않으면 중차대한 업무조차 연기하곤 했다는 것이다. 카토의 이러한 자화자찬은 다른 증언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는데, 카토는 실제로 품행과 웅변과 고령에 힘입어 로마인들 사이에서 큰 권위를 누렸다.](19장 후반부 <마르쿠스 카토 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플루타르코스 지음, 천병희 옮김, 숲 펴냄)

팟캐스트를 유행시킨 나는꼼수다에서 '깔대기'란 말도 유행시켰는데, 마르쿠스 카토는 참 대단하지요. 지금 수감중인 정봉주 전 의원이 이 카토에게서 자랑질(?)을 배우지 않았을까? 하긴 정말이지 영웅전에 나오는 10명 가운데서도 이런저런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니 자랑할만도 하지요. 됨됨이가 안 되는 사람이 자랑하는 것은 그렇지만 자랑할만한 사람이 적당히 자기과시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 있어요. 그것도 칭찬의 힘은 아닌가 해요. 그런데 사실은 바로 이 대목에 천병희 선생의 주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고요. 위에 인용문 중에서 색을 지정한 부분이요. 원전번역도 중요하지만 그리스로마의 언어와 역사, 그 배경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분의 번역이므로, 이 대목은 이런 의미가 있다는 안내가 주석에 들어있어서 논문을 읽는 듯 딱딱해 보이지만 실제로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풍부한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지요.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의 주 내용은 바로 마르쿠스 카토가 하는 얘기들이잖아요. 바로 유명한 다음 대목과 연관이 있기에

 

"노년에는 활동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는 셈일세. 그들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은 더러는 돛대에 오르고 더러는 배 안의 통로를 돌아다니고 또 더러는 용골에 괸 더러운 물을 퍼내는데 키잡이는 고물에 가만히 앉아 키만 잡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과 같네. 젊은 선원들이 하는 일을 하지 않지만, 키잡이가 하는 일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네. 큰 일은 체력이나 민첩성이나 신체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판단력에 따라 이루어지지. 그러고 이러한 여러 자질은 노년이 되면 대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난다네."(그리스로마에세이, 408~409면 키케로 <노년에 관하여> 중에서)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을 쓰면서,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를 통해 마르쿠스 카토가 하는 얘기를 첫 인용의 색깔부분처럼 인용을 한 것이지요. 마치 카토가 직접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로 <노년>에서 키잡이 비유를 하고 있으니까요. 대담이 진행되던 84세의 카토는 로마의 가장 훌륭한 키잡이였을 테고요. 그럴듯한 연출을 엿보고, 천병희 선생은 <영웅전> 해당 대목에 <노년에 관하여>에 대한 언급을 주석으로 달았을까 궁금했는데, 따로 언급하지는 않으셨네요. 당시로서는 유명한 얘기겠지만, 관련된 것들을 읽다보니 이런 즐거움도 있네요.

 

최근에 읽은 황광우 선생의 <철학콘서트3>은 10명의 철학자를 다루고 있는데, 그 세번째가 키케로이더군요. <노년에 관하여>에서 발제한 내용으로 3장을 구성하고 있는데 제목이 <늙은 키잡이는 바람을 읽는다>이더군요. 별도 인용은 없고 위의 노년 인용분을 본문처리하면서, 황 선생이 뽑아낸 키워드는 "오랜 경험이 주는 통찰력이라는 선물" 곧 노년의 키잡이가 가진 것은 <통찰력>이라는 것이더군요.(황광우, 철학콘서트3, 웅진지식하우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찾아보았어요. 홍사중 선생이 옮긴 동서문화사의 플루타르크 영웅전1에 실린 마르쿠스 카토의 숲의 책 인용부분에 해당되는 제목이요. '원전번역'에 무게를 두고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숲의 것은 개념어랄까 한자어도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간결함을 추구하고, 동서문화사의 것은 의역이랄까 우리말로 풀어서 술술 읽히게 하는데 주안점을 둔 듯 참고로 살펴보기시바라요..

[하지만 카토만큼 자기 자신을 예찬했던 사람도 드물 것이다. 카토는 자기자랑을 많이 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과오를 범한 사람들은 '우리는 카토가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카토의 행실을 서툴게 흉내낸 사람을 '왼손잡이 카토'라고 불렀다.
배에 탄 사람들이 풍랑을 만나면 키잡이에게 모든 것을 맡기듯, 원로원 또한 위기에 처했을 때 카토가 출석하지 않으면 중요한 문제 해결을 연기하곤 했다. 이런 일은 다른 사람들의 기록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개인 생활에서만 훌륭했던 것이 아니라 연설이나,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한 존경을 받고 있었다.](
플루타르크영웅전1, 600면에서 <마르쿠스 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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