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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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눈 내린 자작나무 숲길을 한 소녀가 걷고 있다. 앞쪽에는 은색으로 반짝이는 바다와 눈 덮인 산이 보인다. 노란 댕기로 땋아내린 머리에 노란 저고리와 회색 치마를 입고 고무신을 신은 소녀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책을 끼고 걷다가 뒤돌아본 순간. 독후감을 쓰고 있는 지금, 소녀가 들고 있는 저 초록색 책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슬픔의 틈새'가 아닐까 생각한다.

◆ 소설을 이루는 3요소 : 1구성(인물, 사건, 배경), 2주제,3 문체

[1-1구성 : 인물] 단옥 / 단옥과 유키에

59 단옥은 그동안 쌓여 있던 서운한까지 더해 할머니에게 대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고마워하기는커녕 계집애가 공연히 분란을 만든다고 오히려 단옥을 야단쳤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며 다시는 엄마 편을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게 기억났다.

위 상황은 할머니가 입덧하는 엄마에게 유난스럽다고 하며 엄마를 타박해서 일어난 일이다. 서술자가 모든 것을 알고 서술해주는 이야기지만 당차고, 할 말은 하는 단옥의 캐릭터를 보며 표지의 주인공이구나, 할머니, 엄마(덕춘)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 이 이야기의 초점이 되는 인물이구나, 단옥의 성장 서사가 그려지는구나 짐작해보았다.

139 브론테 자매의 소설 중 단옥은 '제인 에어'를 좋아했고, 유키에는 '폭풍의 언덕'을 좋아했다. (...)

'나는 새가 아니니 그물로 가둘 수 없어요.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며, 독립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어요.'

열흘이 걸려 도착한 사할린섬에서 단옥은 유키에를 만난다. 광산에는 징용 온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일하고 있었는데-경제 상황이 특별히 더 낫지도 않은데다-유키에는 아버지와 사별한 어머니 '치요'가 징용 온 한국인과 결혼했기 때문에 일본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했다. 사할린이 일본의 항복으로 러시아령이 된 후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단옥과 유키에의 우정은 이어졌다. 단옥과 유키에의 생활이 비록 고단했어도 일을 끝낸 뒤 같이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은 참 행복해보였다. 단옥은 제인에어를 좋아하고, 유키에는 폭풍의 언덕을 좋아하는데 독서 취향에도 둘의 성격이 잘 묻어나는 듯했다. 제인에어는 읽어봤는데, 폭풍의 언덕은 안 읽어봐서 감이 잘 안 온다. 읽어봐야지. 난 어느 쪽이 마음에 들까.

213 궁금했지만 단옥은 묻지 않았다. 유키에가 예전과 달리 자기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자신이라면 무너져 내렸을 것 같은 일들을 담담하게 견디는 유키에한테 그저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단옥은 유키에를 존중하며 스스로 말해주길 기다리고 싶었다.

사회가 불안정하니 개인도 안정적일 수가 없는데, 그럴수록 여자들의 삶은 더 흔들린다. 앞으로 함께할 것이라 믿었던 상대가 사라져버리는 경우, 뒷감당을 오롯이 여자가 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 자신은 물론 아이도 손가락질을 받는 것. 목소리가 큰 단옥과 달리 조용한 유키에지만 버티고 견딘다. 살다보면 나를 주저앉히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휩쓸리지 않고 버티는 힘을 보여준 유키에에게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조용하게 버티며 시간을 보내는 일도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어차피 모르니까. 유키에에게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스스로 말해주길 기다리는 단옥이 있다. 위로를 꼭 말로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1-2구성 : 사건과 배경]

1943년-2025년, 공주 다래울에 사는 단옥은 아버지의 징용으로 사할린(화태)에서 살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다른 곳으로 징용을 가게 되어서 다시 떨어져 살게 된다.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과도 헤어지고, 돈 벌어 오겠다는 오빠와도 헤어지고, 아버지와도 헤어진다. 광복이 된 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한국(남한)에서는 부르지 않고 (일본은 항복한 이후, 사할린에 귀환선을 보내 일본 사람들을 데려간다. 자신들이 징용 보낸 한국 사람들은 나몰라라 한다), 러시아에서는 못 나가게 하고, 북한에서는 북한 국적을 받을 것을 종용한다. 그 세월이 오래되어 1세대는 무국적, 2,3세대는 각자 취업과 공부를 위해 북한이나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다. 사할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108 나중에 돈 주고도 쌀을 구하기 어렵게 됐을 때 싸게 판 걸 아까워하는 단옥에게 덕춘이 말했다.

"니 오라비 굶을 때도 누가 그렇게 도와주겄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로 도움, 돌고 도는 도움.
'각자도생'이 어떤 삶인지 알 것 같다. 어려움에 외로움 추가.

141 "같이 갑시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지요. 우리도 여기서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예요. 저나 치요는 농사를 잘 모르니까 형수님만 믿어요."

응답할 1988이 생각난다. 어렵고 힘든 시절에는 이런 마음을 내어 살았구나.

256 단옥과 유키에네 가족에는 북한, 소련, 무국적이 다 섞이게 됐다. 사할린에는 부부, 부모, 형제 간에도 국적이 다른 경우가 흔했으며 북한 국적은 6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했다.

불안정성의 크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비교, 상대성...

260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국립대학교 경제학부

러시아에 가본 적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7박 8일 일정이었다. 그 때 러시아 극동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있다고 하여 견학을 갔었는데, 바다 옆에 있는 대학교이고 풍경이 무척 예뻤던 기억이 난다. 벤치에 앉아서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모습을 보며 여기가 대학교인가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매일 이 경치를 보는거나 부럽다 등등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소설을 읽다가 이 학교가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을 받았는데 이 학교와 내가 연결점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고 설레기도 했다. 한나절 돌아본 것이 뭐라고 이런 마음인데...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정말 어떤 마음일까.

[2주제]

242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고생스러웠던 기억보다 치요가 꽂아놓았떤 들꽃, 부엌의 지저분한 창틀을 덮었던 수놓은 작은 보, 덕춘에게 내주던 차의 향기 같은 것들이 마음에 남았다. 전부, 먹고살기 바쁜데 쓸데없는 짓 한다고 못마땅해하던 일들이었다. 덕춘은 삼베처럼 거칠고 소나무 등걸처럼 갈라진 자신의 삶을 어루만져준 건 바로 그런 것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누구에게서 그런 위로를 받을까.

284 단옥은 (...) 고생스럽긴 했어도 날마다 난생처음인 것들을 접하며 갇혀 있던 생각이 깨지고 부서지며 넓어졌다.

-인생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
-목적지까지 가는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다다른다는 것

사할린에서 일어난 일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루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존중과 경이감이 들기도 했다. 먹고살기 바쁠지라도 들꽃을 돌아보는 그 틈이 행복일까. 슬픔의 틈새일까. 슬픔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3문체]

446-447 많은 참고 자료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사할린 섬이 이렇게 큰 섬인지 몰랐다. 홋카이도 위에 이렇게나 큰 섬이 있었다니. 이산 가족은 6.25 전쟁 배경으로만 생각했지 이렇게 기나긴 역사 속에 한 번의 선택이 평생 가족의 얼굴을 못보는 선택이 된 일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슬픈데 아름답기도 하고 이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 게 아닐까? 이 책 '슬픔의 틈새'는 실존 인물 '단옥, 타마코, 올가'가 남긴 책 같다.

이금이 작가의 3부작에 포함된 다른 이야기들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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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 문화인류학으로 청소년 삶 읽기 사계절 1318 교양문고
함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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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졀#사계절출판사#사뿐사뿐#사뿐사뿐교사북클럽#함세정 #인류학 #문화인류학 #교육인류학 #나를발견하는인류학수업 #청소년삶 #청소년문화


[제목을 읽고 떠오른 생각]

20대부터 부터 20년 가까이 학교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요즘 부쩍 '지금 학생들은 신인류(?)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SNS의 발달로 학생들과의 소통이 간단하고 편해졌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여기서 범위와 기준은 '나와 학생들과의 관계'. 특히 1:1 메시지에는 답을 잘하는 학생들이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온라인 소통방에서는 본인이 꼭 대답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면 묵묵부답이다. 읽었다는 이모티콘 표시조차 인색할 때가 많다. (물론 공지 목적의 방은 예외다) 그나마 친분이 있는 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내가 또래가 아닌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여럿이 있는 방에서의 의사 표현은 조심스럽다"고 말해주었다. 이 대화방은 학생자치활동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만들었고 의사결정과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지만 썩 기능적이지 않았다. 내 세대와 다른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 장면이다.


[차례에 대해서]

이번 사뿐사뿐 북클럽에서 선택한 책은 '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이다.

차례를 살펴보니 인류학>문화인류학 중에서도 '청소년문화인류학'으로 구체적인 범위 안에서 청소년 문화의 여러 측면이 인상적인 문구와 함께 정리되어있었다. 차례만 보아도 청소년문화의 여러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느낌을 받아서 얼른 읽고 싶어졌다.

1부 정체성

1 청소년은 만들어진 개념 2 입시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3 나는 비정상인가 4 나답게 살기 5 나를 편집하기 6 요즘 애들은 자기밖에 몰라 7 돈이 제일 좋아 8 나를 발견하는 덕질 9 K-유전자 대신에 10 사람은 깊어요

2부 사회와 문화

1. 내가 보는 세상 2 9등급 인간 3 교실 내 서열 4 너 혹시 페미야? 5 비즈니스 친구 6 혼자 있으면 편해 7 가족 밖에서도 8 가난과 함께 9 간식 챙기는 시민 10 대학 밖의 좋은 삶

입시나 9등급 같은 청소년 삶의 대표 단어는 차지하고라도, 나머지 단어들이 청소년 삶에만 관련있는 것일까? 청소년기를 지나온 많은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화두가 되는 단어들이었다. '나는 비정상인가', '나답게 살기', '너 혹시 페미야?' . 그러니까 저자가 말한대로 '청소년-사춘기라서 그래'라는 어느 개인이나 집단을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사고와 표현을 그 동안 나도 해왔던 것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인상깊은 부분에 대해서]

각 소제목은 문화 인류학의 핵심 개념과 함께 소개되어있다.

구성주의, 문화, 문화상대주의, 본질주의, 자아 정체성, 타자화, 의미, 대중문화, 민족주의, 질적 연구, 위치성, 능력주의, 권력, 젠더, 사회적 관계, 외로움, 가족주의, 계급, 돌봄, 비가시화

청소년이나 성인이나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참 녹록치 않다. 처음부터 유리하지 않은 조건을 갖고 태어나기도 하고, 나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일로 삶의 동력이나 에너지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하는 문화에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는 듯하다. 경험을 나누고 용기와 위로를 주는 힐링 에세이들도 많이 읽고.

의외로 이 책은 사회학 책이지만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내 마음의 불편함이 무엇 때문인지 상황을 비추어주고 개념으로 정리를 해주니,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불안이 줄어든다. 상황 파악이 되니까. 또 생각의 틀을 벗어나게 해주고 사고의 반경을 넓혀준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트잇을 붙인 부분은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른 집단에서는 쉽게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야. 자기 밖에 몰라'라는 말을 하곤 한다. (본인들은 덜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익명성이 강해지고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면서 예전보다 이기적일 수는 있겠다. 그런데 10대들만 그럴까? 10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한 굿즈를 비공식으로 만들고 무료로 나누는 집단 활동을 하기도 한다.

10대들이 어른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따라야한다는 생각이 전제다), '사춘기냐?'라는 말을 하는 것은 '너의 말은 사춘기라서이고 사춘기가 끝나면 내 말을 들을 것'이라는 뜻. , '난 네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네 말은 들을 가치가 없어.'가 전제된 것이었다. 상대를 존중해야 하고 상대에게 무례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상대'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부분은 18나를 발견하는 덕질 (대중 문화)에 관해 글이었지만 21내가 보는 세상(위치성)과도 연결할 수 있다. 내가 무언가를 볼 때, 현재 위치를 자각하고 생각해야 편견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실천하다보면 통찰력을 갖게 될 수도.


[추천합니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척 좋다.

독서토론하기에도 너무 좋은 책이다.

독자의 상황과 사례도 많이 덧붙을 수 있는 데다가, 개념을 잘 잡아주니 이야기한 내용이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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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49
김나은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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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나은, 박선혜, 은숲, 김해낭
출판사 : 사계절
출간 연도 : 2025년 6월 27일 1판 1쇄
페이지 : 총 155쪽
주제 분류 : 청소년>청소년 문학> 청소년 소설

[김나은 작가]​

파스텔톤의 핑크색과 민트색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표지에는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고,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이 '아가미'를 가진 존재에 손을 뻗어 닿으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면 사람은 비눗방울처럼 동그랗게 생긴 기구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아마도 이 기구는 호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일 거다. 그러니까 아가미를 가진 존재가 숨쉬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책 표지는 김나은 작가의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에 대한 내용이다.
이 두 존재가 만난 곳은 물 100%로 이루어진 케토라 행성이고 아가미를 가진 존재는 케토라인이다. 지구인인 유나가 불시착으로 케토라 행성에 떨어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지구와 케토라와의 교류가 시작되는 이야기.
케토라인은 성장이 이루어지면 시각 능력이 퇴화하고 전기 신호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어린 케토라인이 지구인 유나를 관찰하는 일을 맡는다. 이 어린 케토라인은 유나를 관찰한 후에 경이롭다,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지만 케토라인은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일이 없다. 연두 목적으로 모여 있는 과학자 집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혼자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한다. 그래서 '친구'라는 개념이 없다.
만약 반대로 지구에 케토라인이 불시착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차갑고 매끄럽고, 얇은 막과 갈퀴가 있고, 폐를 제외한 다른 장기들이 모두 지느라미에 달려있는 낯선 존재에게 경이롭고 아름답다고 할까?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안전한 존재라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낯설어서 두려운 존재에 대해 '알아보자', '들어보자'라는 태도를 먼저 취하기는 할까?
낯선 상대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친구'라는 개념이 없는 케토라와, 낯선 존재에 대해 방어적이지만 대신 '친구'가 존재하는 지구.
이제 이 두 행성은 교류를 시작한다.
다양해서 아름다운 친구가 더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동명 작가의 '나란한 두 그림자' 도 관통하는 주제가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여기에는 케프라인 대신 '하늘 나라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존재'가 나온다. 개념으로는 '유령'이지만 현실에서는 감각되는 존재. 예를 들면 신문에서 읽는 난민과 자기의 나라에서 살 수 없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의미가 닿을까 모르겠다.

[박선혜 작가]​

사람이 자다가 꿈을 꾸면, 꿈 속에 담긴 무의식에 따라 로봇이 행동하는 일이 발생한다. 원인은 4세대 로봇의 칩과 인간의 뇌가 동기화되어서. 한별이는 집안일도 해주고 비빔면도 맛있게 끓여주는 로봇 '로로'와 함께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 어두운 생각을 로봇이 실천할까봐 쉽게 잠들지 못한다. 여기까지 설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한별이의 어두운 생각은 돌봄 로봇의 케어를 받는 엄마에 대한 것이다.
로봇이 무의식을 행한 결과로 다수의 사람을 해쳤을 때 잘못은 로봇에게 있는가, 로봇과 동기화된 인간에게 있는가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기업은 개인의 무의식이 잘못이므로 로봇의 잘못은 없다고 선을 긋는 상황에서 정부는 백신을 제공한다. 하지만 백신은 무의식에서 꿈꾸는 것들을 로봇이 아닌 사람이 직접 행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현된다. 여기서 사람을 해친 아들을 백신 부작용 때문이라며 항변하는 또 다른 엄마가 나온다. 피해자는 안중에 없고 아들인 가해자(또 다른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엄마. 소재는 흥미로웠으나 이 부분이 불편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왜 불편할까 계속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화자 '한별'의 엄마를 향한 감정은 계속 돌봐드려야한다는 마음과 돌봐드리기 버겁다는 마음 모두 다루며 입체적인 우리의 심리를 그려냈지만, 엄마의 사람을 해한 아들에 대한 감정은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 평평하게 그렸기 때문. 이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엄마 집단의 이미지처럼 보이게 쓴 것은 "문학은 발견"이라는 명제에 비추어보면 섬세하지 못한 관찰 같다.

[은숲 작가]

작품 '고백 시나리오'는 로봇대행서비스가 일상화된 미래에 일어날 법한 10대들의 연애담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소설 중간에 삽입된 로봇 대행 서비스 광고 문구가 재미있다. 읽고 나면 "대행 보다 직행"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이 말은 뭔가에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김해낭 작가]​

어렸을 적 과학 시간에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고 외웠는데, 어느 순간 '수,금,지,화, 목,토, 천,해'까지만 행성으로 인정한다고 들었다.
명왕성은 태양과 멀리 떨어져있어 평균표면온도가 -233도에 불과하다는 것, 왜행성 134340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그 전에는 행성 플루토(하데스)로 불렸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인지했다. 물론 나의 인지와는 상관없이, 이름도 상관없이, 변함없이 존재하는 별. 과학과 낭만이 만났다. 앞으로 명왕성 이야기가 나오면 이 소설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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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함께하는 소설 창작 -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창작자를 위한 가이드 챗GPT와 함께하는 창작
노바 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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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이용해서 창작하기 내용이 참 궁금하기도 하고, 작가에게도 번역가에게도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야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188페이지-18,000원에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것은 요즘 물가를 모르거나 결국 정당한 대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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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 사계절 1318 문고 148
조은오 지음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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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졀 #사계절출판사 #사계절청소년문고 #사뿐사뿐 #사뿐사뿐교사북클럽 #조은오 #버블

저자 : 조은오 (장편소설 '버블' 작가)
출판사 : 사계절
출간 연도 : 2025년 4월 23일 1판 1쇄
페이지 : 총 207쪽
주제 분류 : 문학>청소년문학>청소년소설

'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 책의 표지를 보고 은하철도 999가 생각났다. 원작의 귀엽지만 못생긴 철이(?) 대신 훤칠해 보이는 10대 주인공이 표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우주 공간에 지구인은 종족 중 하나로 분류되고, 분류된다는 것은 오고가고 소통을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우주 공간을 여행다니는 이야기가 생각난 것 같다.

이 작품은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소설 (공상과학 소설, SF소설)이자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어떤 작품이 SF소설이면서 청소년 소설로 분류될까? 먼저 지구의 환경이 황폐화되고, 목성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고, 해왕성을 개발하고, 이런 행성들을 우주선으로 오고 가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SF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이라는 뜻일까? 청소년은 어린이와 성인의 중간 나이이다. 어린이 문학이나 일반 소설와는 어떤 다른점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표지의 주인공은 아마'안나'가 아닐까. 안나는 지구인 분류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10대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전쟁과 기후 위기에 시달리던 지구인들에게 목성 정부는 일자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렇게 떠난 어른들은 가혹한 목성 개발에 동원되었다. 지구에 남아 저항하던 어린 지구인들은 사냥꾼들에게 잡혀 와 '지구인 분류소'로 보내졌다. 분류소에서 그들은 지구인용 팔찌를 받고 목성의 어느 곳으로 갈지 '선택'해야 했다."

지구인용 팔찌는 지구인이 목성의 대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치이다. 동시에 목성이 지구인을 관리(라고 쓰고 감시라고 읽는다)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사냥꾼들은 지구인을 잡아 돈을 받고 파는데, 성인은 바로 해왕성 개발 사업에 투입되고 미성년 지구인은 분류소로 데려온다. 미성년 지구인은 가니메데 기숙학교에서 목성인 학생에게 차별받으며 교육을 받거나, 지구에서 상급 학교까지 나왔다면 목성인 기업에서 일하거나, 복지원으로 가서 지구인들과 함께 살며 단순 노동을 하거나 셋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요받는다. 안나는 목성인 주인 아래에서 일하면서 미성년 지구인이 셋 중 하나만이라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던 중 재이라는 또래 지구인을 만난다. 재이는 정해진 구역에서 벗어나서 도망치던 중 사냥꾼을 만나 또다시 잡혀온 것이다. 재이의 안전이 걱정된 안나가 재이를 쫓다가 본인도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못하고 같이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안나와 재이가 다시 만나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야기. 그리고 안나와 재이는 10대이다. 괜찮은 어른과는 협력할 때도 있지만 세상의 규칙을 과감하게 돌파하는 아이디어는 안나와 재이에게 나온다. 심지어 실행도 안나와 재이가 한다. 청소년 소설은 여기에 위치하는 것이 아닐까. 지구를 지키는 방위군 안에서 성년과 미성년을 나눌 수 있는 나이보다는 누가 기존의 틀을 깨고 사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능력은 성년보다 미성년이 더 낫다. 이미 만들어진 세계를 따라가지 않고 의심하고 밝혀내고 용기내고 전복하는 능력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 모두 스포일러가 된다. 전체적으로 (개인적으로) '헝거게임'의 캣니스가 생각나는 클리셰지만 그래서 더 술술 읽히는 면도 있다. 하지만 목성을 지도하는 임서인(헝거게임의 '스노우 대통령'이 생각난다)의 서사는 언듯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다고? 왜? '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를 읽고 임서인의 서사에 대해 같이 생각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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