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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 문화인류학으로 청소년 삶 읽기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함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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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고 떠오른 생각]
20대부터 부터 20년 가까이 학교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요즘 부쩍 '지금 학생들은 신인류(?)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SNS의 발달로 학생들과의 소통이 간단하고 편해졌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여기서 범위와 기준은 '나와 학생들과의 관계'다. 특히 1:1 메시지에는 답을 잘하는 학생들이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온라인 소통방에서는 본인이 꼭 대답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면 묵묵부답이다. 읽었다는 이모티콘 표시조차 인색할 때가 많다. (물론 공지 목적의 방은 예외다) 그나마 친분이 있는 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내가 또래가 아닌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여럿이 있는 방에서의 의사 표현은 조심스럽다"고 말해주었다. 이 대화방은 학생자치활동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만들었고 의사결정과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지만 썩 기능적이지 않았다. 내 세대와 다른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 장면이다.
[차례에 대해서]
이번 사뿐사뿐 북클럽에서 선택한 책은 '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이다.
차례를 살펴보니 인류학>문화인류학 중에서도 '청소년문화인류학'으로 구체적인 범위 안에서 청소년 문화의 여러 측면이 인상적인 문구와 함께 정리되어있었다. 차례만 보아도 청소년문화의 여러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느낌을 받아서 얼른 읽고 싶어졌다.
1부 정체성
1 청소년은 만들어진 개념 2 입시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3 나는 비정상인가 4 나답게 살기 5 나를 편집하기 6 요즘 애들은 자기밖에 몰라 7 돈이 제일 좋아 8 나를 발견하는 덕질 9 K-유전자 대신에 10 사람은 깊어요
2부 사회와 문화
1. 내가 보는 세상 2 9등급 인간 3 교실 내 서열 4 너 혹시 페미야? 5 비즈니스 친구 6 혼자 있으면 편해 7 가족 밖에서도 8 가난과 함께 9 간식 챙기는 시민 10 대학 밖의 좋은 삶
입시나 9등급 같은 청소년 삶의 대표 단어는 차지하고라도, 나머지 단어들이 청소년 삶에만 관련있는 것일까? 청소년기를 지나온 많은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화두가 되는 단어들이었다. '나는 비정상인가', '나답게 살기', '너 혹시 페미야?' 등. 그러니까 저자가 말한대로 '청소년-사춘기라서 그래'라는 어느 개인이나 집단을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사고와 표현을 그 동안 나도 해왔던 것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인상깊은 부분에 대해서]
각 소제목은 문화 인류학의 핵심 개념과 함께 소개되어있다.
구성주의, 문화, 문화상대주의, 본질주의, 자아 정체성, 타자화, 의미, 대중문화, 민족주의, 질적 연구, 위치성, 능력주의, 권력, 젠더, 사회적 관계, 외로움, 가족주의, 계급, 돌봄, 비가시화
청소년이나 성인이나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참 녹록치 않다. 처음부터 유리하지 않은 조건을 갖고 태어나기도 하고, 나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일로 삶의 동력이나 에너지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하는 문화에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는 듯하다. 경험을 나누고 용기와 위로를 주는 힐링 에세이들도 많이 읽고.
의외로 이 책은 사회학 책이지만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내 마음의 불편함이 무엇 때문인지 상황을 비추어주고 개념으로 정리를 해주니,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불안이 줄어든다. 상황 파악이 되니까. 또 생각의 틀을 벗어나게 해주고 사고의 반경을 넓혀준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트잇을 붙인 부분은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른 집단에서는 쉽게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야. 자기 밖에 몰라'라는 말을 하곤 한다. (본인들은 덜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익명성이 강해지고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면서 예전보다 이기적일 수는 있겠다. 그런데 10대들만 그럴까? 10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한 굿즈를 비공식으로 만들고 무료로 나누는 집단 활동을 하기도 한다.
10대들이 어른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따라야한다는 생각이 전제다), '사춘기냐?'라는 말을 하는 것은 '너의 말은 사춘기라서이고 사춘기가 끝나면 내 말을 들을 것'이라는 뜻. 즉, '난 네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네 말은 들을 가치가 없어.'가 전제된 것이었다. 상대를 존중해야 하고 상대에게 무례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상대'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부분은 1부 8나를 발견하는 덕질 (대중 문화)에 관해 글이었지만 2부 1내가 보는 세상(위치성)과도 연결할 수 있다. 내가 무언가를 볼 때, 현재 위치를 자각하고 생각해야 편견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실천하다보면 통찰력을 갖게 될 수도.
[추천합니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척 좋다.
독서토론하기에도 너무 좋은 책이다.
독자의 상황과 사례도 많이 덧붙을 수 있는 데다가, 개념을 잘 잡아주니 이야기한 내용이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