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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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단요
출판사 : 창비
출간 연도 : 2025년 8월 29일
페이지 : 총 166쪽
주제 분류 : 청소년>청소년 문학>청소년 소설

[표지]
노랑-갈색 계통의 색으로 된 표지는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 그림이 있다. 소설만큼 작가의 말도 참 좋았는데, 표지가 이를 표현하는 것 같다. Third Culture Kid들도 한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대상화되는 일이 많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있는 그대로 소중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가 잘못된 거야.' 같은 말은 순식간에 힘을 잃어버리고, TCK는 여러 장의 캐리커처를 갈아 끼우는 일의 전문가가 된다. 어딘가에서는 한없이 불쌍해지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놀라울 만큼 자신만만해진다. 떄와 장소에 따라 어떤 부분은 생략하고 어떤 부분은 과장한다. (중략) "정반대의 가면을 번갈아 쓰는 것 자체는 비열한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라는 개념을 과하게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 주는 이야기가 더 많았더라면 마음이 훨씬 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감정들의 존재에 대해 말해야만 '네 분노를 부당한 곳에 쏟아부으면 안된다'는 설득이 힘을 얻는다고도 믿는다. 이건 내가 일종의 교육자로서, 소외 계층 청소년들과 대화하며 얻은 믿음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TCK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꿰뚫고 있을까 감탄했다. 한국어로 쓴 소설의 심리 묘사가 너무나 구체적이고 절묘해서 작가가 TCK일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TCK가 아니라면 어쩌면 이리 잘 알지? 작가들은 역시 다른 걸까? 라고 생각했다.
TCK라면 한국어로 된 한국 소설을 잘 쓸 수 없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TCK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교육을 받았다면 한국 소설을 쓰지 못할 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내가 먼저 상대를 규정하고, 그 상대는 내 규정에 맞는 가면을 써 주는 상황. 일방향적인 (내가 아닌 네가 한)배려를 소통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좋았던 문장 중 하나] 스포가 될 수도!
중간 중간 섬세한 심리 묘사도 좋았지만 (특히, 주현) 그래도 역시 난 마지막이 좋았다.

얼빠진 것처럼, 놀라운 것처럼, 혹은 반가운 것처럼 중얼거리던 승윤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리고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중략)
"그러면 수능 잘 쳐라."
"형도 수능 잘 쳐라."
우리 둘 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면 서로 모른 척하게 되리라는 것도 알았다.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킨다면 사무적인 말 한두 마디쯤은 나누겠지만, 예전처럼 친하게 어울리지는 못할 거였다.

사실 이 장면 뒤도 너무 좋지만, 이 글을 보고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서 더 발췌하지는 않았다. 서로 간의 앙금이라는 것은 팥앙금처럼 짓이겨져서 내 팥, 네 팥 할 것 없이 섞여버린다. 초등학교 때 내가 저지른 잘못은 당장 깨닫지 못할 수도 있거니와 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는 깨달아도 말을 꺼내기 애매하게 되어버린다. 잘잘못 이전 이후에도 챙겨줄 것은 챙겨주고 오고갈 것은 오고가서 사람 관계가 간단하지 않게 된다.
말을 꺼내기 애매하게 된 것은 당했던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현재의 말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억하고 있지만,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과 그 여파로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는 것은, 말을 꺼내기 어렵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잘 털어내지지 않는 것. 털지도 못하고 해결도 못한 그런 것들이 나이가 먹을수록 쌓인다.
주현과 승윤도 다시 만나지 못했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 앙금을 풀었다고 해서 꼭 다시 친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자연스럽게 흘러보내는 마지막 장면이 참 위로가 되고 좋았다. 서로 안 맞으면 안 맞는대로, 각자 갈 길을 응원하며 서로를 졸업하는 사이

[총평]
0장(7쪽-17쪽)까지 읽고 나는 단요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제와 표현이 둘 다 너무나 섬세하다.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가 내 안에도 있었구나(대중 매체는 Third Culture Kid의 유소년기가 불쌍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스리랑카인이 사장님이고 고용인이 한국인인 경우가 뭔지 모르게 어색과 불편함을 느꼈다)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고, 다문화를 넘어 10대 친구들끼리의 오묘한 힘의 관계가 섬세하게 잘 서술되어있어서 학생들이 공감하며 읽기도 좋고, 어른이 읽기에도 좋다. 그동안 청소년 문학은 교육 방송와 같은 부분이 있어서 현실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 투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깨준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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