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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 합법적인 착복의 세계와 떼인 돈이 흐르는 곳
남보라.박주희.전혼잎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8월
평점 :
1997년 대학을 졸업하고 2년정도 놀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보낸 시절이 있었다.
책에서 나오는 파견법에 의해 임시직으로 시작한 직장에서 2년을 일하고 정직채용이 될 수 있었다.
미래사회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인해 사는동안 4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전공을 살려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온 70년대를 포함한 중년이상의 세대에게는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급변화를 맞이할 거라 이야기해왔지만, 2020년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산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 그 시기가 더욱 앞으로 당겨진 것 같다.
당연히 플랫폼들 주가가 올라갔고,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사실, 막연하게 플랫폼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노동의 열매를 IT, 플랫폼이 중간 매개자로서 따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민간시장은 경쟁을 유발시켜 가격이 올라가고, 그 가격상승을 소비자가 떠앉게 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국영사업이 필요한 것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 민간시장의 과도한 경쟁은 노동의 값을 자꾸 끌어내리고, 경영자, 개발자만의 배부름을 가져오는 것은 시장 구조의 무엇이 잘못되어서 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중간착취의 지옥도는, 경험하지 않아서 몰랐던, 내 삶에 편리함을 주는 시장의 불편한 진실이다.
그저 돈으로 값을 치루고 사는 문명의 서비스의 이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한 경쟁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와 IT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동은 얼마나 가볍게 이용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이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힌다면,값싼 노동력이 되지말라는 경고로써의 권유가 아닐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씁쓸한 자기반성도 해본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한 아이의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르윈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생각이 났다. 과연 값싼 서비스로 만들어지는 삶의 풍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혹은, 결국 착취의 주체가 왕에서 귀족, 그리고 신사계급을 거쳐 높은 공직이나 대기업 간부까지 올라간 일반인들에의 확대가 보여주는 것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인간들이 떠난 후 권력을 잡은 돼지들이 주장하는 '더 평등할 권리'는 아닐런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착취할 권리의 평등권 확대라는 생각이 들어 참 씁쓸했지만, 그럼에도 부조리에의 인식이라는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 책의 역할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