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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됐다
임아영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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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됐다' -임아영

경향신문 임아영기자가 자신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 가부장적 문화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들과 연대해온 이야기를 담았다.

임 기자는 1. 친정엄마의 지원 2. 집안 일 잘 거들며 이해심 많은 남편 3. 일하는 며느리를 인정해주는 시부모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 돌봄, 집안살림, 직장생활 등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이야기를 자신의 사례를 중심으로 뜨겁게 소리친다. 육아휴직은 노는 것으로 치부하는 동료들, 같이 일하며 애를 키우는데도 동료인 남편보다 여성인 아내가 더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 출산과 육아의 실제적인 어려움과 이에 대한 대처법을 가르치지 않는 사회,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합리적인 문제 등을 고발한다.

저자는 가사노동을 단순 집에서 노는 일로 치부하는 문화와 차별을 직시하다 친정엄마의 고통을 공감하고 평생 일과 직장에 매여 자식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아버지의 장시간 노동 현실을 되짚어본다.

이 책은 한국의 장시간 노동문화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독박육아, 할마육아를 극복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특히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가지며 첫째 어린이집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워킹맘과 전업맘 그리고 경단녀가 사실은 동일한 환경에서 개인적인 조건의 차이로 변하게 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단순한 현실 고발을 넘어 우리 사회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하는 엄마들'에 가입해 법 제도 개선을 위해 싸워온 이야기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5살때부터 공동육아에 보내면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나서야한다'는 걸 실제로 경험해왔지만 지난 세월동안 저출생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아들 둘을 키우며 씩씩하게 성장하며 공감과 연대의 지평을 넓혀가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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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Omer Z. 리반엘리 지음, 고영범 옮김 / 가쎄(GASSE)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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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가 인종학살에 나선 시리아와 접경지역인 터키의 마르단. 수도 이스탄불과는 전혀 다른 종교와 미신이 여전히 지배하는 이 곳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지리, 역사, 종교적 배경이 낯설어 책 읽기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했지만, 편도 40~50분의 출퇴근 버스에서만 읽었는데도 이틀만에 읽었다. 거의 단숨에 읽어버린 셈이다.

어릴 적에 고향을 떠나 이스탄불에서 기자로 살아가는 이브라힘은 고향 친구인 후세인이 미국 플로리다의 잭슨빌에서 칼로 난자당해 살해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른다는 뉴스를 접한 뒤 십수년만에 고향을 찾는다. 그가 찾은 고향은 종교적 관용이 사라지고 무슬림, ISIS, 유대인, 아시리아인, 조로아스터교, 파시교도, 에지디들이 섞여 살지만 서로를 증오하고 경계하느라 밤에는 쉽게 나다니기도 어려운 곳이 되어 있다.

의대를 다니던 후세인은 이 중에서도 가장 멸시받고 악마를 숭배한다고 오해받는 에지디인(심지어 이들은 현지에서도 '야지디'라고 엉터리 발음으로 불린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에지디 여성으로 국내에서도 야지디로 표기된다. ) 여성 멜렉나즈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ISIS의 성노예로 살다 탈출해 수용소에 들어왔지만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눈 먼 아이를 기르고 있다.

이 소설은 이브라힘이 의대생으로 지역의 유력자의 딸과 약혼 상태에 있던 후세인이 도대체 왜 이 여자에게 빠져 파혼하고 결국 집에서도 쫓겨나고 무슬림에게 총상을 입었다 미국의 형들에게 도피했다 결국 그곳에서 인종혐오자들에게 살해당하는지를 취재하고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이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도륙하고 강간하고 담배 한 갑에 팔아버리는 ISIS에게서 삶에 대한 어떤 희망도 잃어버린 그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던 후세인. 그는 값싼 동정인 아닌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고 직업, 가족, 결혼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지키려 하나 두번이나 혐오범죄를 겪고 결국 지구 반대편에서 사망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한 편에서는 증오와 혐오, 미신과 불신이 초래한 무시무시한 폭력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짧은 뉴스로만 다룰 뿐 핍박받는 이들을 돕기는 커녕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같은 터키 땅이지만 도시에 사는 이들도 폭탄 테러를 경계할 뿐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에지디인 소녀가 8살부터 성노예로 살아가다 구출돼 산을 넘어 터키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계곡에 몸은 던져 자살하면서 남긴 말 "나도 한 때는 사람이었어, 언니"라고 말하는 대목을 읽다 통근버스에서 결국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말았다.

번역하신 고영범 선생은 영역본을 중역한 것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60여개가 넘는 후주와 깔끔한 번역으로 이 미지의 땅과 사람들을 한국인들에게도 소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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