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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을 뒤흔든 꽃뱀 살인 사건의 피의자.
100엔이 넘는 돈을 갈취하고 피해자 셋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그녀, 가지이 마나코.
화장기 없는 얼굴, 파마 풀린 머리, 뚱뚱한 몸매.
"뚱보가 결혼 사기를 쳤네. 역시 요리를 잘 해서 그런가?"
주간 슈메이 기자 리카는 가지이 인터뷰를 위해 편지를 보내고 도쿄구치소를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한다.
친구 레이코의 조언으로 리카는 다시 편지를 쓴다.
"당신이 피해자인 야먀무라 씨에게 만들어 준 비프스튜 레시피가 무척 궁금합니다. 가르쳐주시지 않겠어요?"
이것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가지이와 첫 대면.
그녀는 자신이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말한다.
페미니스트와 마가린.
버터간장밥을 만들라며 다시 만나는 날은 리카가 마가린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리카는 버터간장밥을 먹고 황홀함을 느낀다.
맛있어서 뚝 떨어지는 것 같단 말을 이해하고 취재를 위해 그녀가 제시하는 음식들을 맛보고 찾아가 나눈다.
리카에게 거리감을 느낀 레이코는 사건의 공범이라 확신하는 요코타의 증거를 찾으면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레이코는 위장하여 가지이처럼 요쿄타의 집을 청소하고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지만 그는 이를 당연시하며 어린 남자아이처럼 징징댄다.
레이코가 사라진 지 5일 째. 리카는 가지이에게 힌트를 얻어 레이코를 찾아낸다.
레이코 일 이후, 리카는 주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취재할 이유가 없었고 가지이에 흥미조차 잃었다.
그러자 가지이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고 그녀를 찾아가는 리카.
그녀는 친구란 것이 뭔 지 몰랐다며 리카와 너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전과 달라진 리카에 불안한 가지이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그녀 머릿속에서 아름답게 미화된 이야기로.
상태가 호전된 레이코는 리카와 살롱 드 미유코에 다닌다.
요리교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던 가지이 말과 달리 이곳 분위기는 좋았다.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에게도 요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사실 그녀는 남자들이 자신의 노력과 호의를 당연시 하는 것에 신물이 났고
그 막대한 에너지를 자신을 위한 요리에 쏟아부었을 것이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앞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던 것 뿐.
풍성하게 주던 것을 아무 예고 없이 끊은 것 뿐"
가지이 기사가 실린 주간지가 발간되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경쟁사에서 팩스로 온 기사.
기사를 쓴 기자와 옥 중 가지이의 결혼사실과 타이틀.
[주간 슈메이의 기사는 모두 거짓, 유명 여성 기자의 비뚤어진 사랑의 행방은?]
사실과 다른 내용만이 가득했다.
리카는 무작정 도쿄구치소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고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피해자들이 죽게 되는 구나. 각자 소중히 간직하던 것이 무참하게 부서지며."
세 남자도 같은 흐름과 큰 충격을 경험한 것이 틀림없었다.
리카는 선택해야했다. 피해자들과 똑같이 죽어갈 것인가. 도움을 요청하고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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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소설로 유명한 유즈키 아사코.
이번 작품에서도 음식을 활용한 맛있는 표현을 곳곳에 잘 녹여냈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독기나 우울이 깃든 향신료도 있다.
흔한 레시피로는 절대 만들지 못하는, 향이 강하고 맛이 풍부한 프티프루같다." - 555P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였지만 리카는 가지이를 만나 버터를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의 억눌려있던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변화에 불안하지만 그녀만의 방법으로 나아가 결국 끝엔 자유로운 그녀가 있다.
여러 관계들 속 변화와 리카의 시선으로 소설이 전개되는 만큼 리카의 심경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더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리카에게 이입하여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찾을 지도 모른다.
'여성 혐오', '페미니즘',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등 여러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으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계속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들을 모두 담아 공감이 가면서도 동시에 여러 이야기를 담아 단번에 연결지어 이해하기가 조금은 힘들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자기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생겨난 배경과 지속되고 있는 이유 등을 공부하고 다시 읽어본다면 작가의 의도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