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 순트Ubi Sunt, 삶의 방향타를 잃고 - 우리 앞에 있던 그들은 어디에 있나
정연진 지음 / 북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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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잊은 채 삶을 살아간다. 죽음은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맞이할 확정적인 사실이고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매우 가까이에 도사리는 개념임에도 그것을 잊고 단지 활기, 열정, 자극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재앙처럼 가까운 이에게 죽음이 닥치게 된다면 그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아버린다. 죽음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었으니 갑작스레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맞은 것처럼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서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삶을 너무도 우중충하고, 비관적으로 만든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길어지면 대부분 '어차피 죽어 잊힐 삶인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봐야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되니까. 물론 굳건하고 빛나는 사람들은 그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잊힐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다져나가기 위한 삶으로 방향을 잡지만, 이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버거운 현대인들에겐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책에서는 작가가 딱 이런 일을, 그것도 5대 연속으로 뒤통수를 후려맞은 일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떻게 삶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럼에도 작가는 어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다시 눈물을 닦고 일어나 삶을 걸어 나가는 인간의 끈질긴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미 떠난 이들을 계속해서 슬퍼하기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이전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성숙한 일상의 궤도로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통해 독자도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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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 베스트셀러 상담사가 들려주는 연애 지침서
투히스.VERY 지음 / 하모니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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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며, 연애가 시작되기 위해, 연애를 끝맺어야 할 상황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모여있는 연애 사전이다. 제목 탓에 단순히 이별 후에 필요한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환승연애에 필요한 이야기려나 하고 싶었는데 오산이었다. 목차는 크게 연애 시작, 연애 중, 이별·재회 3가지로 나뉘며 장마다 약 20개의 시나리오를 다룬다. 어지간히 특별하고 특이한 관계가 아니라면 이 안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필요한 조언을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왜인지 꼭 필요할 정보라고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상황들은 상담자에게 이야기를 듣고 이에 대해 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그 이야기들은 4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아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기에도 좋고, 유익함과 재미 모두 챙길 수 있어 가볍게 일부분씩 읽어나가기에도 정말 좋다.
연애는 결혼으로 가기 전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깊은 관계 중 하나라서 무척이나 이뤄내기 어렵고 관계가 만들어지더라도 매우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관계라 생각된다.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만 그 관계에서 오는 책임의 무게에, 혹은 단순히 자신은 어렵다고 느껴져 많이들 망설인다. 하지만 연애를 '해서 나쁠 건 없고, 웬만하면 많이 해보는 게 좋다'라는 생각과 '근데 굳이 억지로 할 필요 또한 없다'라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는 내겐 연애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스스로를 더 가꾸고,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열중하다 보니 별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었는데 진행 중인 관계에서 일어날 갈등을 어떻게 잘 풀어헤쳐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은 별다른 생각이 없던 내게도 정말 좋은 생각 전환이 되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조언들은 꼭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 사이, 혹은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의 갈등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해서 사용하면 인간관계의 머리 아픈 여러 일들이 훨씬 손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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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 아프리카 종단여행 260일
안정훈 지음 / 에이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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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하면 도저히 여행지로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보통 여행지라고 하면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유럽, 혹은 캐나다와 호주 정도가 떠오르는데 아프리카 여행기라, 그것도 70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홀로 여행이라. 건장한 내 또래 사람들에게도 아프리카는 진입장벽이 높아 여행이 아니라 위험천만한 모험처럼 여겨지는데 그런 걸 연세도 있는 분께서 하신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책의 저자이신 안정훈 작가님은 107개국을 여행하며 유명 유튜버인 '빠니보틀', '캡틴따거' 등의 유튜버들과도 친분이 있고, 약 2배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지만 '형님', 혹은 '대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호쾌한 분이다.

에세이는 상당히 자세히 쓰여 있었다. 아프리카 내의 각 지역을 다니며 지역들의 특색과 그 안에서도 미묘한 차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행 정보와 사용 비용 기록 등이 자세히 쓰여 있어서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지침서로써도 충분히 사용할 가치가 있다. 직접 다니며 매일 일기를 쓴 것처럼 자세하고 생생한 글과 사진들은 추운 겨울의 방구석에서도 아프리카의 열정과 활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나이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듯한 그의 생동감이 글에서도 절절히 느껴지기에 '나의 삶은 이걸로 충분한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글을 읽는 독자에게까지 열정을 심어주고 더욱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실제로 사람들을 앞장서 일을 진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인드에서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에 '대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지 않나 싶다.

더 큰 목표를 노리고 싶다는 야망이 잠들어 있는 분들께, 반복되는 일상에 환기가 필요한 분들께 정말 좋은 책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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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TY VOL.3 2023 - 스마트시티매거진
XITY 편집부 지음 / 휴먼밸류(잡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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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릴 때, 혹은 병원이나 사무실에서 안내실에서 앉아 기다릴 때 흔히 보일법한 잡지지만 표지의 디자인과 다루는 주제가 트렌드를 공부하고 파헤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AI, 세대 갈등과 같은 화젯거리이고 다툼이 많은 키워드는 물론,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내게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스마트시티'라는 키워드까지 더해지니 이 매거진을 읽지 못할 경우라면 이전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처럼 글씨를 도저히 읽을만한 상황이 안되거나 애초에 이 매거진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경우 외엔 없을 것이다.

매거진 속 구성도 정말 알찼다. 여러 전문가의 인터뷰와 의견이 깔끔한 편집으로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하나하나가 공부자료가 될 칼럼들이 한 권의 매거진속에 함축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마트 시티', '세대 갈등', '환경 오염', '기업의 ESG 경영', '생물 다양성의 위기' 등의 키워드들이 모두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나 매거진을 읽어나가다 보니 각각의 키워드들이 정말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배경과 이것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업의 노력'을 의미함을 알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세대 갈등 주제로 넘어간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빠른 속도의 변화를 경험하였고 한국인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요즘 것들'의 시기를 지나 꽉 틀어막히고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 혹은 '틀딱'의 시기를 거친다. 이는 30년 전에도 그랬고, 50년 전에도 그랬으며, 1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3000년 전에도 똑같이 있었던 현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니 자신들에 비해 변화한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이미 수십 년간 몸에 익은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이전 세대들도 당연하다.

다만 지금의 세상은 서로 간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연대, 즉 '함께'의 가치를 중요시하기에 이런 세대 갈등을 사소한 문제로 미뤄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매거진은 다양한 세대의 인터뷰와 칼럼들을 통해 우리에겐 어떤 소통이 필요한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이는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는 아닐 테지만 정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확실한 방향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스마트시티' 파트에서 이 모든 주제가 하나로 합쳐진다. 다른 나라에서 실패했던 스마트시티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스마트시티가 어떻게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를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를 위한 도시'가 될 수 있을지 자세히 설명한다.
이번 XITY 매거진을 읽으며 책과 다른 매력을 참 많이 느꼈다. 책은 주로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작가 한 명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매거진은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과 여러 주제를 엮어 더욱 넓은 관점을 가짐과 동시에 지금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고 있는지,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생각들을 가져야만 하고 어떻게 해야 나아간 세상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계획할 수 있게 해준다.

XITY 매거진이 주는 인사이트와 깔끔하고도 매력 넘치는 편집에 이런 매거진이라면 우리 사무실에 놓고 팀원들과 함께 읽어보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여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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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 - 확신에 찬 헛소리들과 그 이유에 대하여
필리프 슈테르처 지음, 유영미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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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정말로 이성적인가?' 책은 궁극적으로 이 물음에 대한 도전이 담겨있다. 마치 사람의 이성을 하나하나 뜯어내 그 한계와 기능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니체의 순수이성비판이 얼핏 겹쳐 보였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생각, 신념 등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신앙과 같은 믿음을 갖는다. 그것이 '신념'으로, 사실상 그 사람의 삶을 담아낸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지식부터, 사회적 통념, 인간관계, 정치적 사상, 삶의 태도 등 다양한 신념들이 뭉쳐 그 사람이라는 한 인물을 만들기에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신념과 반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자기 생각이 부정되었다'를 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된 듯한 기분을 느껴 거부감과 공격성을 내비친다. 정작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지도 모르고,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옳은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처럼 사람의 정신에서는 무수히 많은 오류가 나타난다. 시각이 실제 물체의 형상과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 착시현상부터 후각의 존재에 따라 특정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각의 한계 등 감각의 문제부터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유사한 정보만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은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잊게 되는 인지 편향,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실을 반드시 일어날 미래처럼 여기는 걱정과 불안, 망상장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책에서는 이런 인간의 오류와 문제점들을 철학, 인문학, 진화학 등 다방면의 학문을 이용하여 파헤치고 독자가 자신의 불완전함을 자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완전하고 안정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그와 동시에 불완전함을 알고 있기에 자기 자신과 타인들에게 더 말랑하고 유한 자세로 대할 수 있게 해준다. 오로지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판단하여 대립하는 이들의 말은 모조리 묵살시키려 달려들어 갈등이 첨예한 요즘 시대에 더욱 중요한 책이라 느껴진다. 모든 성인에게 추천 교양서로써 다뤄져도 좋겠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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