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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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0년 5월 광주가 어땠는지 잘 알지 못했다. 많은 시민들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잔인하고 처참하게 희생된 사건이라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수업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들, 역사책에서 봤던 글과 사진들, 티비드마라 등등을 봐왔으면서도 매년 5월 18일이 되면 유족들이 바로 오늘 가족을 잃은 사람처럼 오열하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이 소설은 그런 나를 반성하게 한다. 그 해 오월 광주에 있던 이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문장 하나하나가 그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나 영상보다 더 선명하게 머리에 심장에 맺혔다.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그것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을 명징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한 이 소설은 소년으로 시작해서 여전히 소년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가 어떠한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80년 5월 광주에 살던 소년과 그 소년의 가족 친구 그 시공간에 얽혀있던 사람들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과거에 고립되었던 그곳의 상처는 우리 주위에 존재하며 아물 수 없는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그 상처를 읽으면서 가슴에서 눈에서 뜨거운 것이 왈칵 나오고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독자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힘을 가진 작가 한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감탄하며 책을 쓰다듬기도 했다.

내년 5.18일이 오고 뉴스에서 유족들의 모습을 본다면 나는 이 소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세계를 바꿀 수 있음을 이 책으로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누군가 80년 5월의 광주를 궁금해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그에게 이 책을 선물할 것이다. 또다른 세계를 만난 그가 변할 것을 확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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