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 문장이다. 그런데 작가도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렇게 느낌의 공동체를 혼자 이룬다. 신형철을 알게 된 것은 책을 읽는 나에게 큰 선물 중 하나가 되었다. 좋은 책이라는 말이 진부하지만 정말 좋다.
말하자면 이런 은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래쪽에서 위로 점점 물이 차오르는 일이며 그렇게 한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지난 시간들은 수몰되는 집처럼 그 형태 그대로 가라앉는다.’ 그런데 그 과정을 막을 수는 없고 다만 잠수하듯 상기해볼 수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한 층씩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그는 역순으로 과거와 재회한다. 아직 아내가 살아 있던 때를, 딸이 결혼할 남자를 데려왔던 때를, 어린 딸이 식탁 주위를 뛰어다니던 때를, 그리고 아직 도시가 물에 잠기기 전 그와 아내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던 때를. 어느새 바닥(1층)까지 내려와서 올려다보니 자신의 집은 너무 높고 멀다. 언제 이만큼이나 산 것인가.
6. 애착 문제에서 오는 갈등 다루기[안정적 애칙을 형성한 아동의 특징]-덜 의존적이고 높은 자아탄력성을 가짐-또래 집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에 긍정적임-더 높은 공감능력을 보이고 타인의 거절에 보다 쉽게 대응함-상대로부터 따뜻한 행동을 이끌어냄=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나를 셀프재양육 해보자.
나와 비슷한 생각과 태도를 가진 사람을 책으로 만나는 안도감. 우린 꽤 멋진걸? 민감하게 세상과 만나고 세심히 보고 거기에서 또다른 세상으로 떠났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일. 자유롭게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일상을 살아내는 일. 나만의 의미를 발견해서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말과 글, 우리 삶의 방식이 아닐까. 그런 디테일과 세심함은 피곤함이 아닌 재미와 즐거움이 되어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거겠지.제약이 분명한 일과 생활 속에 지쳤다가도 새롭게 발견하고 연결지어보고 자유롭게 상상해보는 즐거움. 알고리즘은 적용될 수 없는, 본질을 파고들고 연결하여 더 넓어지는 그런 삶.
지금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영화감독들은 데뷔 전엔 삶의 조건마다 여유가 있기도 고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는 결국엔 영화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마음으로 비참하고 두렵고 알 수 없는 시간을 견디며 데뷔를 했고 이후의 실패 또한 견뎠다. 누구든 어떤 일이든 처음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는 시간이지만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는지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것 아닐까. 영화의 스타일이 다 달랐던 것처럼 글도 어쩜 스타일이 모두 다르고 그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이 자신이 잘 드러나는 걸까.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의 본질을 알아내고 자기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살아남는 것 아닐까. 아 물론 행운이 와주지 않는다면 더 힘들고 오래 걸리긴 하겠다. 덧) 지금은 모두들 중년이 된 감독들이라 이들의 데뷔과정을 보면 한국 영화사와 개인네트워크도 소소하게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아직은 젊은 나이라 그런지 몰라도 지금 잘나가는 판을 보면 그 뒤를 이을 사람은 있을까, 그 뒤를 신경은 쓰고 있는 걸까 싶으면서도 능력과 열정과 사랑을 숨기지 못하니까 발견될 사람은 언제든 나타나게 되어있다. 고로 나도 내 일을 잘 하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