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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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수사대 덕에 알고 싶었던 정보를 알게 되고, 나아가서는 수사에 도움을 받는 경우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렉카와 같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가짜 뉴스. 그리고 그걸 분별하지 못하고 퍼가고 나르기를 반복했지만 정작 진실이 밝혀지면,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굳이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하지 않고 '아, 그렇구나~ 어쩐지 뭐가 이상하더라'하며 가볍게 넘기는 사람들이 많다. 복선의 마술사 아사쿠라 아키나리 작가는 화두 되는 사회문제 소재로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을 썼다. 유언비어, 마녀사냥 너무 속상한데 하물며 살인범으로 몰리는 상황이라니. 정말 내 잘못이 아닌데 쫓겨야 하는 신세. 아니라고 나 좀 보호해달라고 경찰서에 찾아가지도 못하고, 나를 범인으로 생각하며 응징하겠다고 위협당하는 상황을 겪는다면 어떨까.


트위터를 하지 않는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외근 중에 회사로부터 당장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회사에 가니 직원들의 시선이 이상하다. 왜인가 하니, 자신을 사칭한 계정에서 수상한 게시물을 올려 그가 살인범으로 마녀사냥 당하고 있는 중인 것. 단순 사칭이면 차라리 괜찮을 텐데 ··· 10년간 그를 잘 아는 누군가가 마치 그의 삶을 기록한 계정처럼 꾸몄고, 살인범으로 오해받게 만들었다. 떳떳하니 고개 들고 다니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낙관적인 것이었다. 현실은 마녀사냥이 계속 심해질 뿐. 경찰이 관여하며 진실이 밝혀지고 오해가 풀릴 거라 생각하지만, 트위터의 검색량은 늘어나고 '그'를 '살인범'으로 알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게 된다.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완전히 지목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아내와 딸까지 엮이게 되어버려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도망자 신세. 그야말로 인터넷 마녀사냥 미스터리 도주극. 우연히 어느 가게를 들어가 몸을 잠깐 피하게 되지만, 이내 꼬리를 잡히게 되어버려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는 이대로 쫓기는 신세가 되지 말자고 진범을 쫓는 신세가 되겠다 다짐한다. 그런데 진범 - 그를 그렇게나 사칭할 정도로 잘 아는 진범이면, 그가 믿었던, 가까이에 있었던 누군가가 아닐까? 이래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라고 하는 건가 보다.


이 책의 전개 시점은 다이스케, 담당 형사, 아내, 딸, 트위터를 리트윗한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같은 사건이어도 어느 인물의 시점이냐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다르다. 하나의 내용도 더욱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가짜 뉴스, 마녀사냥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이게 단순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닮아있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되기도 했다. 일본소설이라고 일본에서만 문제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주제인 만큼 더 와닿았던 소재와 미스터리 작가의 필살기 반전이 주는 짜릿함까지 기대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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