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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평점 :

캐릭터에 설득이 될까 반신반의했지만 나는 워낙 일본의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도 설레고 믿음이 더 큰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자고로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탐정이란, 대인기피증은 무슨. 참견과 오지랖이 가미된 관찰 + 수다쟁이들 아니었던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기도 힘들어하며 마찬가지로 말을 안 걸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인기피증'을 가진 탐정이 추리와 관찰력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람들 틈에 섞여 해결하는 모습이 어떻게 표현될지, 그의 캐릭터가 독자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고 설득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니타도리 케이 작가의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의 주인공 후지무라 미사토는 법학과 1학년 19세 대학생이다. (작가 또한 법학과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캐릭터의 모티브가 작가님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는 대화도 어렵고 눈 맞춤도 어렵고 자기소개도 어렵다. 어떻게 하면 자기소개 자리를 피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다가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보니, 이렇게 하면 이런 의심을 받을 것 같고 저렇게 하면 저런 이미지가 씌워질까 두렵고. 또 그런 모습의 주인공에게서 여러 계산을 하며 생각하는 내가 언뜻 비춰보이기도 하고. 그래서일까 '대인기피증' 캐릭터였지만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대인기피증이지만 불의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주인공이 사건해결을 한 뒤 혼자라도 소소하게 흐뭇해하고 기뻐할 거란 생각을 하니 미소 지어지기도 했다. 사람이 선하기만 하면 됐지, 뭐. 그리고 그의 곁에 친구도 하나둘씩 생긴다. 매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후지무라 미사토를 응원하게 된다.
신입생 OT 누군가가 강의실에 놓고 간 우산. 이 우산의 주인을 찾을 힌트는 자기소개 때 각자가 했던 발언들뿐일 텐데. 힌트가 됐던 말은 무엇이며, 주인은 누구일까? 이 외에도 네 편의 이야기 편집숍 피팅룸에서 사라진 사람의 진실, 노래방에서 음료를 마시다 쓰러진 사건의 진실, 축제 현장에서 지갑을 훔친 범인 찾기, 대학 담배방에서 사라진 물건의 진실 등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해결하는데 왜 주인공이 대인기피증을 갖게 되었는지도 나온다. 충분히 시리즈물로 나와도 될 법하고 사건의 소재들도 친근해서 그런지 일본드라마 시즌 하나를 본 듯한 느낌이고 그랬다. 지금껏 없던(적어도 나는 모르던) 대인기피증 탐정 캐릭터가 탄생한 것도 반가웠는데 작가 특유의 탄탄한 트릭과 유머러스한 문체(이를테면, 주인공의 혼잣말 + 생각 나열되는 것)들이 가볍게 읽기 너무 좋았던 일본 추리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