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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평점 :

하나도 받기 힘든 상을 두 개를 받아버린 일본 미스터리소설 #테러리스트의파라솔. 에도가와 란포상과 나오키상 사상 최초 동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미스터리소설, 그것도 일본소설 마니아인 나를 설레게 했다. 신간소설은 아니고 이미 출판된 적 있는 책이었는데 블루홀식스 출판사를 통해 다시 한번 번역되어 새롭게 나온 소설이다.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에 표지까지 입고서.
표지에 있는 술이 뭔가 강렬하다. 바텐더 시마무라는 술에 취해 지낸다. 똑똑한 학생이었던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는데? 공원에서 낮술을 마시고 있던 시마무라 앞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폭탄 테러 피해자 중 22년 전 연락이 끊겼던 대학 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나와 함께 했던 친구들이 희생되었다고?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게 정말 우연일까?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상자가 50명 발생하고, 시마무라는 마시던 위스키 병에 지문을 남기고 도주를 한다. 그로 인해 경찰에게 용의자로 쫓기게 되는데. 자신은 범인이 아니기에, 쫓기면서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한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 과연 누가, 어떤 이유에서 테러를 저지른 것일까.
처음 공원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소녀. 이 소녀와의 스토리가 주가 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소녀의 아버지가 사고를 직접적으로 당해 죽게 되고 혼자 남게 된 이 소녀와의 무언가 접점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소녀는 시마무라의 성격을 보여주는 역할뿐이었던 걸까. 이 소설에 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가지만, 과거엔 명문 대학교의 학생이었던 시마무라가 사건을 따라간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요코의 딸 도코, 완전한 야쿠자는 아닌 듯한 아사이, 노숙자 등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이 책은 일본의 학생운동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그 당시 한국도 파란만장했었고 내가 일본의 학생운동 역사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당시 일본에서도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테러의 피해자인 두 사람을 포함해 주인공은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사이다. 청춘을 함께 한 세 사람은 어쩌다 22년간 연락이 끊기게 된 걸까, 그리고 어째서, 무엇 때문에 피해자 명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걸까. 좌절, 질투, 우정 등 다양한 감정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몰입을 하게 된다.
"이게 숙명인 거야, 분명. 이게 그 투쟁을 한 우리 세대의 숙명이었어."
"우리는 세대로 살아온 게 아니야. 개인으로 살아왔어. 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
정통파 미스터리보다는 사회적 요소가 담긴 미스터리 일본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후지와라 이오리의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참 그놈의 질투라는 감정이 뭘까 싶기도 하고. 흡입력 있게 재밌게 읽은 일본소설이었다.
※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