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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평점 :

한국과 일본의 서스펜스스릴러 소설이 아닌 책은 내 기준으로 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등장인물 이름도 그렇고 가독성이 좋지 않아 중간에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재밌게 읽은 외국계 서스펜스스릴러 소설이 드물었기 때문에 이 책을 처음 읽고자 했을 때도 그런 부분이 우려되었다. 책 뒷장에 쓰인 소개가 흥미로운 소재라서 읽어보고 싶었고 처음 우려가 무색하게도 가독성 너무 좋고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을 '미스터리', '스릴러'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현대판 '파리대왕'이라고 한다. 나는 '파리대왕'소설을 읽어보지 못해 몰랐는데 책에 잠깐 언급되는 것에 궁금해 찾아보았다. 간략하게 스포없이 표하자면, 섬에 고립된 소년들이 그 안에서 질서를 만드는 이야기다. 책 속의 소녀들의 담임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언급하면서 고립된 사람들이 소년이 아니라 소녀들이었다면 사건들이 심각해지지 않았을 거란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의하였지만 에밀리와 코트니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여자애들이 교활하고 악랄하게 구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들이 서열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인간의 세계에서는 여자들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무리를 형성하는 것은 여자들이 더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잔혹한 소년들'이 아니라 '잔혹한 소녀들'인 것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 것 같다.
에밀리 베넷, 앨리스 마틴, 매켄지 하퍼, 코트니 설리번, 올리비아 캠벨, 데스티니 마셜 이들은 '하피스'라고 불리는 친구들이었다. '유령'으로 취급하며 괴롭혔던 '그레이스 파머' 그녀의 복수극일까? 하피스 멤버들이 하나둘 죽어가는데 그녀들에게 있었던 과거의 일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정말 범인이 그레이스 파머라면 에밀리에게서 대니얼을 빼앗아 가고, 코트니에게서 테리를 빼앗아갈 것만 같았다. 아니 일단 매켄지 먼저 죽여야 하는 거 아닐까?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언제 또 누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을까? 진짜로 그레이스가 등장하는 걸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누구는 매우 잔혹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잔혹하다. 누군가는 그 잔혹함 때문에 더 잔혹해져야만 했다. 누군가는 잔혹한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잔혹하게 행동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범인의 정체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기에 새로웠다. 마지막까지 재밌게 읽은 책이다.
※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