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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평점 :

<해리건 씨의 전화기>, <척의 일생>, <피가 흐르는 곳에>, <쥐> 네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게 되는 책이었다. 뉴욕 타임스의 추천사처럼 '앉아서 내 이야기를 들어보라'라는 분위기가 있다. 어른들에게 듣던 옛날이야기처럼 책의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첫 번째 이야기 <해리건 씨의 전화기>에서는 이 미스터리함의 진실은 무엇일지 상상을 하게 되었다. 죽은 자의 무덤에 핸드폰이 있는데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그 핸드폰으로 계속 신호가 가는 것이다, 고민 상담을 했고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 말했더니 그 사람이 얼마 뒤 죽는 것이다. 뭐지, 이거 데스노트인가? 우연이라 하기에는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하여 그런 일이 발생하니 주인공은 자신이 죽음에 관여한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내용으로 처음에 보면서는 해리건 씨는 믿어도 되는 걸까? 해리건 씨 정말 죽은 거 맞나? 하는 의문들도 들었다. 장학금까지 받게 해준 해리건 씨를 의심하여는 미안하지만 원래 이런 미스터리 소설들은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니까! 주인공조차 믿지 않았다, 다중인격은 아닐까? 실제로 범행을 일으키고 다닌 것은 또 다른 인격인 게 아닌가 싶은 그런 의심들을 거두지 않았었다. 죽은 자의 핸드폰에 문자를 보내는데 의문의 암호가 쓰인 답장이 온다니. 실제로 해리건 씨가 죽은 게 아닐 수도 있으니 무덤을 파보자고 하였지만, 핸드폰은 해킹을 당했을 수도 있다며 죽은 것이 맞다는 답변을 한다. 여기에 의문이 없어도 되는 건가? 그럼 그런 암호는 어떻게 올 수 있었던 걸까, 진짜 해킹이 맞는 걸까? 독자에게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 <척의 일생> 한 남자의 일생을 3막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역순으로 3막부터 1막 순서로 진행이 된다. 지구 멸망 징조가 나타나고 있는 세상. 미스터리한 것은 곳곳에 '척'이란 인물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는 문구들이 있다는 것. 도대체 '척'이 누구길래? 척의 정체는 결국 독자의 상상에 맡기지만 아마 유추할 수는 있을 것이다. 힌트가 계속되고는 있으니.
세 번째 이야기 <피가 흐르는 곳에>는 메인 이야기로 제일 긴 이야기다. 작가의 작품 중 <아웃사이더>라는 작품의 후속편이라는데 꼭 전작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방인'이라는 설정과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메인 이야기답게 스티븐 킹 작가의 오컬트 소설을 잘 표현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적 악'은 무너질 수 있을까?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곳에는 항상 TV 뉴스 기자들이 나타난다. 그 업계에서는 '피가 흐르는 곳에 특종이 있다'라는 격언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거기에서부터 이 내용의 제목이 나왔으리라. 작가가 10년 전부터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캐릭터를 생각해 내고 세상에 발표한 작품이다. 미스터리함과 초자연적인 것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인상 깊게 읽힐 작품인 것 같다.
네 번째 이야기 <쥐>는 제목에서부터 오싹! 했지만 열심히 읽어보았다. 제발 나로 하여금 '그 동물'에 대해서 자세하게 상상하게끔 하지 말아 주세요 하며 읽었다. 드류는 글을 쓰기 위해 외딴곳으로 떠났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내의 전화를 그렇게 감시라고 할 것까진 있나! 뭐 이렇게 숨기는 것 많은가! 하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당신도 알다시피'라는 말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루시와 드류 사이 묘한 거리감이 내게도 전달이 되었다. 드류는 통나무집에서 소설 쓰는 데에 몰두하지만 기상악화도 있고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다 쥐를 구해주게 되었는데 이 쥐가 사람 말을 하면서 드류를 도와주게 된다. 여기서 요술램프처럼 소원을 들어주었다면 이솝 우화와 같은 동화가 되었을 수 있지만 물론 조건 없이 도와주진 않는다. 도와주면 도와줄 것이지 조건으로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는 건 치사하다! 쥐와의 거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네 가지의 단편/중편 소설들이 모두 흥미진진하고 상상력을 유발한다. 명쾌한 답이 있다기보다는 어쩌면 이렇지 않을까라는 여지를 준다는 점도 있고 인간의 이면을 표현한 내용들이 많았기에 오싹하면서도 빠져드게 되는. 이 책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
※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