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법정스님의 책들 중 처음만난 책이다. 입적후 여러 소식을 접하며 70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글을 통하여 한 번식 스쳐갔을 구절들의 출처도 알고보니 <무소유>란 책이었다.
타샤튜더, 헨리데이비드 소로, 니어링 부부의 책들에서 정서적 위한을 받곤 했는데 법정스님의 글들에서 비슷한 정서를 느꼈다. 한편으로 교과서에도 나오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는 <무소유>란 책을 아직도 접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당황스러웠다. 독서 공백기가 너무 길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본다.
마음에서 끌리는 바가 있어 서점에 가니 법정스님의 책들이 모두 동이나고 뉴스에서는 더이상 출판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 있는 책장을 둘러보니 우리집에도 <인연 이야기/법정스님/동쪽나라>라는 책이 있었다. 2002년 초판이니 말년의 저술에 해당한다. 경전들을 옮겨 엮은 책으로 이야기들 끝에는 스님의 생각을 적은 짧막한 글이 덧붙여 있다. 조금씩 음미하며 발췌하여 읽어보았다.
도서관에도 법정스님의 책들이 다 대출중이고 어렵게 이 책을 만났다. 글들이 참 담백하다. 한 꼭지씩 읽어가는 동안 맑고 향기로웠다. 그러다가 인간이 문명을 거스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머물렀다. 라다크를 그리워하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오지 않았는가! 또 스님과 달리 속세의 우리는 가족이라는 배를 함께 노저어야 한다. 뱃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니 혼자 생각으로 노를 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얽매인 중생들이기에 이런 책이 더 맛있고 시원한 것일까? 세계의 오지를 걸어서 여행하는 한비야님의 책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듯이.
요즘들어 자연 가까운 곳 전원주택에 아담한 서재도 꾸미고 정원도 가꾸고 텃밭으로 소일하고 책읽으며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아쉬운 대로 베란다정원에 화초를 가꾸고, 많지 않은 책들 손이 가는 이곳 저곳에 정리하고,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을 마음껏 빌려보며 내공이 짧아 내놓기 부끄러운 이런 글들을 끄적이며 살고있다.
남들에겐 시덥잖을지 몰라도 나에겐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이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라는 꼭지는 제목이 눈에들어 더 음미하며 읽었다.
삶에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그 자신의 삶이 있을 뿐이다.
명심하라.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 순간 자각하라. 한눈팔지 말고, 딴 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피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내가 외떨어져 살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내 길을 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람보다 나무들이 좋아서일 것이다. 홀로 있어도 의연한 이런 나무들이 내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거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절도 참 좋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꼭지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나름의 삶의 철학이 있다. 그들은 절제의 미덕을 알고 있다.
그들은 밖으로 드러내어 과시하기보다는 안으로 맑고 조촐하게 누리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안을 원한다'
라는 구절이 있어 공감했다. 그렇지만 부자라는 개념은 주관적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처지에 맞게 부를 이루고 맑고 향기롭게 멋지게 살수는 없을까! 스님의 말씀도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맹목적인 부가 아니라 나름대로 삶의 철학을 가지고 과시하기보다 맑고 조촐하게 누리며 마음의 평안을 얻으며 그렇게 살고 싶다.
법정스님의 책을 읽다보면 간디의 말을 인용한 구절들이 눈에 뜬다.
이 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