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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이 책을 구입한지는 거의 6~7년 쯤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한참 청소년 책을 읽을 때였는데,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유명세와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에 끌려 구입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두 세번 앞부분만 읽다 말았고, 이번에 하루키 <잡문집>을 읽고 나서 다시 손에 잡았는데 의외로 빨리 읽히는 책이었다. 유려한 문체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다만 읽고 나서 어떻게 리뷰를 써야할지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뒤에 작품해설이 있는 것을 보면 작품해설이 필요할 정도로 말하려는 내용을 뚜렷이 감잡기 힘든 책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차례로 잃는 지독한 상실감을 겪으며 주인공이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내용이지만, 그야말로 그것은 소설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것 같고(하루키 자전적 소설이긴 하지만) , 우리가 어른이 되기 위해 크든 작든, 많든 적든 각기 다른 상실을 겪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누구나 '상실의 시대'를 거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로부터 어언 20여 년이 지나, 저는 마흔 살이 되었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무렵엔, 잘 이해되지 않았던 일입니다. 스물 살 청년이 20년이 지나면 마흔 살이 된다는 것 말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서서 그 당시를 생각하면, 저는 매우 이상한 기분에 잠기에 됩니다. 그 격렬한 시대를 탄생시킨 변화의 에너지는, 도대체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가져온 것인가 하고.
그 당시에 아주 대단한 큰일로 생각했던 것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 하고.
이 소설을 쓰고 있는 동안 저는 줄곧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와 동시에 한 시대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自我)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 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한국어판에 부치는 저자의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