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리라이팅 클래식 15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중이염을 앓고 있던 차에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중이염부분을 찾아 읽은 인연도 있고, 전에 강연을 들을 때 이 책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던 터라,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역시 고미숙님의 글쓰기는 재미와 유익함을 넘어서고 있었다. 비록 중이염. 이명에 대한 부분 발췌독이지만 원전을 접해보았기에, 이렇게 풀어쓴 글쓰기가 경외감과 함께 더 유용하게 다가온다.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나 소설 에세이도 물론 좋아하지만, 인문서의 범주이면서 실용적인 맛과 멋이 물씬 풍기는 내공이 담긴 이런 글쓰기, 참 고맙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메모하면서 읽었다. "귀를 튼튼하게 해주려면 귓바퀴를 자주 손으로 문질러 주면 좋다."부터 시작해서 메모한 분량이 많다. 특히 "목소리를 크고 낭랑하게 키우면 뼈가 튼튼해진다."와 관련해서는 낭송이 좋은 수행법이 되는데, 이 책을 거의 낭송하면서 읽었으니 뼈도 튼튼해지고, 신장과 귀에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생로병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필요한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강추하고 싶다.

 

"'생로병사'라는 전 과정을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겠다는 발심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실천을 통해 그것을 닦아가는 과정이 곧 수련이다. 의술이 양생술로 도약하는 지점 또한 거기다.(429)"

 

420~421쪽 "왜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글쓰기가 치유를 넘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능동적 단련을 의미한다는 점도 새로웠고, 자기수련으로서의 글쓰기, 자기 구원으로서의 앎,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글쓰기로 더 크게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이런 제안도 귀담아 듣게 된다. "병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음식과 운동, 칠정과 관계, 이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일단 몸이 아프면 누구나 이 과정에 대한 점검을 시작해야 한다. 식습관을 바꾸고, 적절한 운동을 시작하고, 감정의 회로를 관찰하고 노동의 질과 양을 조절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어떤 치유책도 별 의미가 없다. 수술과 약, 특효법은 그 다음에 투여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의사가 바로 평의다. 의사라기보다는 교사 혹은 멘토에 더 가깝다. 그렇다. 의사는 모름지기 의술을 베푸는 일보다 몸과 질병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 주는 존재여야 한다. 따라서 병원이나 약국엔 반드시 공부방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학에 대한 기초적 지식에서 최근 의료계 동향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강의나 세미나가 열려야 한다. 의사가 선생님이 되고 병원이 동네 공부방이 되는 배치, 이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의료환경이라 할 수 있다.(428)"

 

글쓰기와 자기수련(434쪽)이라는 꼭지는 세번정도 읽었다. 몸이 아픈 사람은 먼저 신체일지를 써보라고 한다. 어떻게 아픈지, 아픔의 경과가 어떤지, 약에 대한 반응과 심리의 경로까지.... 마음이 아픈 경우도 마음의 행로를 세심하게 추적해 보라고 한다. 감정과 의식, 무의식들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그 디테일에 서사적 육체를 입히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 서사적 능력이 없으면 진정한 통찰력은 불가능하며 글쓰기는 통찰력을 터득하는 최고의 방편이라고 말한다. 구스타프 융에 관한 서사는 그것에 관한 예를 보여주는 것 같다.

 

"병을 만든 것도, 그 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리고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 자신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십시오!"(438쪽) 그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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