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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책읽기 - 명로진이 읽고 걷고 사랑한 시간
명로진 지음 / 북바이북 / 2011년 9월
평점 :
이제까지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독특한 형식의 서평집이다. 책을 읽으며 EBS “책으로 만나는 세상(2008)”과 “EBS FM 스페셜(현재, 매주 토요일 오전 10:00~ 오후 9:00)에서 라디오를 통해 만나는 로진님과 다른 이미지가 그려질 땐 살짝 당황했다는.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아님, ‘깨어보니 꿈이었다‘로 마무리 할 것 같은) 꼭지들을 읽을 땐 민망해 지기도 했는데, 그때 드는 생각, ’읽으라고 쓴 글이잖아', 험.
“나는 나의 연구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항상 그런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어떤 주제든 책을 한 권 쓸 때마다 느낀다. 좋은 연구는ㅡ과학 발전을 위해서든 책을 쓰기 위해서든ㅡ 모든 강박관념의 한 형태다”
심리학적으로 이 명제는 옳을지 모른다. 작가는 쓴다. 강박 때문에. 가수는 노래하고, 코미디언은 웃기며, 선생은 가르친다. 강박 때문에. 사업가는 일을 벌이고, 축구선수는 공을 차며, 댄서는 스텝을 밟는다. 강박 때문에. 여행가는 길을 떠나고, 바람 든 연놈은 미쳐 돌아다지며, 회사원은 오직 퇴근 시간을 기다린다. 강박 때문에. 사기꾼은 구라를 치고, 야바위꾼은 등을 치고, 정치가는 뻥을 친다. 강박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서 살라고 태어났기 때문에. 천성이 그렇기 때문에....... (87쪽) 이 부분은 읽으면서 엄청 웃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좀 슬프고 쓸쓸하다.
"말은 태어난다(168쪽)"라는 꼭지는 번역과 관련한 내용인데, 우리가 쓰는 문장들이 대부분 번역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번역투 문장이 얼마나 글 깊숙히 침투해 있는지 실감했다. 번역서가 더 많은 시대이다 보니 그 차이가 무의미해 보이는 문장도 있겠지만, 우리말투로 고쳐 풍부함이 살아나는 문장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침 한글날에 이 꼭지를 읽어 그 의미가 더 다가왔다.
이 책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문장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책을 읽고 몸으로 실천하려 애썼다.
조선 왕조에 대한 책을 읽고 왕릉을 찾았고,
술에 관한 책을 읽고 술을 마셨다.
산에 관한 책을 읽고 헉헉거리며 산에 올랐으며,
오디오 책을 읽고 오디오 마니아를 만났다.
책을 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작가들을 보면서,
‘위대한 작가라면, 쓰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서문 중에서
『몸으로 책읽기』를 읽었으니 이 책에서 배운 대로라면 서평집을 내야 마땅하다. 허나, 아직 이 책을 몸으로 읽기엔 좀 버겁다. ㅎㅎ~ 리뷰를 썼으니 '마음으로 책읽기'정도는 된다고 위로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