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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6권은 경복궁, 선암사, 도동서원, 거창.합천, 그리고 백제(부여.논산.보령)에 대한 답사기록이다. 6권에서 가장 밑줄을 많이 그으며 꼼꼼히 읽은 부분은 ‘백제’다.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지는 으레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였다. ‘공주’를 거쳐 간 것 같은데 무엇을 보았는지 이름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왕릉에서 금관을 비롯한 금으로 만든 유물들을 보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앨범 뒤쪽을 찾아보니 ‘공주’와 ‘논산’을 거쳐 경주로 간 것으로 되어있다. ‘부여’에는 들르지 않았다. 중학교 때 앨범은 가지고 있지 않아 백제에 들렀는지도 잘 모르겠다. 기억으로는 ‘송광사’를 거쳐 ‘경주’로 간 것 같다. 몇 년 전 가족여행으로 경주에 다시 갔으니 경주에 세 번 가는 동안 백제는 제대로 한 번 가보지 못했다. 내게 경주가 ‘찬란함’이라면 백제는 ‘아련함’이다. 그래서 백제는 늘 마음속에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아 있다.
고등학교 때 앨범 뒤쪽 ‘수학여행’코너에 ‘은진미륵’ 사진이 있고 밑에 ‘와! 크네유’라고 써 있어 혼자 깔깔 웃었다. 404쪽부터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에 관한 답사 기록이 있다. “석굴암을 만든 분들이 추구한 것은 조화적 이상미요, 완벽한 질서였다. 그래야 중앙정부의 안정된 체제유지와 뜻이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백제 고토(故土)라는 지방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그런 숨막힐 듯 완벽하게 짜인 질서가 아니라 차라리 그 질서를 파괴하는 힘, 괴력과 신통력의 소유자인 부처님이어야 민중도 뭔가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409) 석굴암은 석굴암이고 은진미륵은 은진미륵인 것이다.
근정전 앞마당에 깔린 박석이나 ‘경복궁’에 담긴 그 숱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두 번이나 가 본 그 경복궁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경복궁에 갔을 때나 창경궁에 갔을 때도, 궁궐이 주는 풍취나 호젓함이 좋아 마냥 거닐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 가면 청승맞아 보일 것 같고, 일행은 빠르게 획 둘러보고 싶어 하니 오래 시간을 갖기 어렵다. 그리고 그냥 별 생각없이 가서 둘러보는 것과 알고 가는 것이 답사여행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다. 여행지에서 더 깊이 보고 배우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배낭 속에 챙길 책이고, 여행이 그리울 때 한 번 씩 들춰보게 되는 책이다. 문득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갖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박완서 작가님은 어느 글에서 “나는 바퀴 없는 자들의 편이다”라고 했다. 이 책 시리즈에서 그런 시선이 느껴진다. 폐사지나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유물. 유적들에 그 가치를 찾아주고 그와 더불어 바퀴 없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는 모습이 흐뭇하다. 지식인이 지식인답게 자신의 지식과 배움을 사용하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마지막 챕터(440쪽) 고고학자 친구분 편지도 인상적이었다. ‘바람도 돌도 나무도 산수문전 같다’던 ‘성주사지’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 백제의 고도' 부여와 공주에도 관심을 갖고 답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