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책을 읽다가 알게 된, 기억에 남는 작가가 발자크와 아니 에르노다. 체험한 일만을 글로 쓴다는 작가 아니 에르노. 떠나보낸 연인의 여자에 대한 감정의 세밀한 움직임들을 글로 풀어놓은 책. 그녀는 이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하지도 않았고 생산적 질투가 아닌 이 부질없는 소모적 질투를 빨리 끝내야 겠다는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이젠 그 여자에 관해서 이름은 물론 그 어떤 것도 알아내고 싶은 욕망이 조금도 없다-p68'라는 문장에서 세월이 흐른고 그녀의 감정도 흘러흘러 냇물로 강으로 드디어 바다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남녀간의 관계를 매개로 한 집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집착에 대한 감정의 흐름이 아닐까! 인생의 내공이 쌓이기 전까지 한번 쯤은 그렇게 고스란히 겪어낼 수 밖에 없는 홍역과도 같은 것이리라!! 나는 나 자신이 그 먹이이자 관객이기도 했던, 질투에 휘둘렸던 상상세계로부터 형상들을 끄집어내어 나의 통제를 벗어나 내 머릿속에서 우글거리는 유치한 생각들을 조사해보고, 저절로 떠오르는 탐욕스럽고 고통스러운 이 모든 내적 표현들을 기술하는 일을 마쳤다. 이 모든 것은 무슨 대가를 치르고라도 진실과 행복-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니까- 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