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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밴드왜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책이나 서점을 소재로 하는 소설은 다른 책들보다 우선적으로 시선이 간다. 그렇다고해서 바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이 책의 존재 인식과 실질적 독서 사이엔 꽤 시간차가 있다. 소재는 솔깃했지만 일본 소설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탓일 거다. 12월이 되기 전까진.
특별한 계기는 없다. 갑자기 어떤 음식이 먹고 싶어지듯이, 일본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동네 서점에서 여러 책을 두고 고민하다 최종 계산한 책이 바로 도쿄밴드왜건이었다.
큰 기대는 안했다. 서점을 3대째 운영하는 것은 특별하다해도 어차피 한 가족의 얘기니 그냥 나같은 사람에 대한 얘기겠거니했다. 뭐 가족끼리 싸우고, 화해하고 대인관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교훈어린 말하고.
하지만 생각과 달랐고 기대보다 훨씬 흥미롭다. 주인공들은 가족이라는 집단, 즉 나도 만들 수 있고 세상에서도 가장 흔한 1차 집단에 속해있다(어느 특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아니란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평범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1차 집단을 구성하는 개개인은 너무나도 개성넘친다. 집안의 가장 웃어른인 칸이치 할아버지와 로커인 60대 아들 가나토, 그리고 가나토의 자녀들과 손자까지. 각 사람이 가정 내에서 맡은 역할이나 고민들이 다르고 이야기는 또 그들의 주변인까지 포함해서 뻗어나간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서점이나 가족 구성원에게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온 가족이 해결하는 게 추리소설같다는 점이다.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과학적이라거나 정통 추리소설같은 긴박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유쾌하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교묘하게 자신들의 정체를 속이고 있다. "너네집처럼 평범한 가정이야."라고 말하지만 절대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가정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속았다라고 투덜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영화나 만화(애니메이션), 소설이 현실과 똑같으면 우리에겐 지금보다도 웃을 일이 적어질 것이다. 또 가족을 소재로 글을 쓸 때, 그 구성원들이 멋스러움과 꼭 거리가 멀 필요도 없잖은가? (지극히 평험한 주인공이 인기는 많다.. 라는 것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다. 혹은 명색이 주인공인데 매력이 없다는 것도 싫고. 그래서 나는 작가님들께 어떻게 해달라는 거야? )
책을 아주 느리게 읽는 내가 계속 들고 다니면서 읽는 중이다. 읽는 동안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까 하고 다음 줄로 부지런히 넘어가고 있다. 음...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러브 액츄얼리 스타일의 등장인물에 추리물이 코믹하게 섞였다고 하면 이 소설에 대한 감이 올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등장인물란을 먼저 읽어보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