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을 기회가 생겼어요

사실, 사람마다 처해진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보니

에세이라는 분야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아이를 낳고 육아에 길에 들어서서는

더더욱, 교육서 위주로 읽다 가아끔 제가 좋아하는 추리 스릴러를 휴식삼아 읽곤했는데요

출판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살펴보니 에세이 분야라 살짝 망설이다

타국에서 싱글파파가 아들과 함께 3000일 가량을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는 말에

왠지 서먹할 것만 같고 어색할 것 같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더라구요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 김선숙 옮김

성안당 출판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한국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Blu)>, 공지역 작가와 공저인 <사랑후에 오는 것들>로 이미 유명한 작가이자, 일본의 뮤지션, 영화감독 이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사실, 처음 뵙는 작가분이라 사전 배경없이 이 에세이를 통해 작가님을 알아가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더욱 싱글파파와 아들의 성장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 책은 파리로 이주한 츠지 히토나리 작가와 아들의 현실 일기

이 에세이는 츠지 작가의 웹진에 쓰던 일기를 발췌한 것이라고 해요



저도 SNS에 아이의 사진과 일상을 기록하고 있어서인지

5여년간 아들과의 일상을 기록했다는 것 만으로도 아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어요




아들의 10살,

자신의 아픔에 외면해왔던 아들의 슬픔을 마주한 후로

맛있는 음식을 먹이며 다시 찾아가는 집안의 온기와 아들의 미소를 보며

아빠이자 엄마로 살겠노라 결심하며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이 책에서는 아들의 14살무렵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사춘기를 겪는,

사춘기를 겪는 아이를 바라보는 한 아버지의

현실 일기를 엿볼 수 있었어요


크리스마스브에 아빠와 아들은 아들 방 침대 위에서 스팅의 '잉글리시맨 인 뉴욕'을 연주했다.

아들 방 창문 밖으로 옆 건물 창문이 보인다.

자그마한 식물 같은 게 장식되어 있다. 어슴푸레한 크리스마스의 빛이 그곳 에 쏟아지고 있었다.

행복이란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살포시 다가오는 이런부드러운 빛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네 살 먹은 아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다.

14살 어느 날, 18p중

크리스마스 이브, 씨끌벅적 지내야만 할 것 같은 연말 연휴지만 그러지 못해 씁쓸함도 잠시

아버지의 인생이자 관심사인 음악을 아들이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인 것이죠


16살의 어느 날,

아들이 친구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난 후

츠지는 연락이 없는 아들에게 섭섭하기도 하고 외롭고 걱정도 되는 나날을 보내는데요

전화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들 왈,

"문자로는 이런 말 못쓰잖아. 아빠는 프랑스어를 읽지 못하고, 나는 일본어를 못 쓰니까. 그래서 늘 '응'이라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그 '잘 지내지?'와 '응'사이에 이렇게 중요한 일이 많았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아빠는 아빠만의 시간을 즐겨.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건 집에 가서 할게."

아버지로써 아들을 걱정하는 모습과 조금씩 성장하며 독립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더 전전긍긍 아이의 성장과 독립을 막고 있는 제 모습이 겹쳐졌어요


기특하고 훈훈하기만한 아들이라면 사춘기가 아니겠죠?

작가 츠지 또한 일기에는 좋은 일들만 많이 쓰는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며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의 실체를 조금 폭로(?)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는데요

이 모습이 제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아직까지는 풋, 하고 웃으며 미리 공감하게 되었네요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늘 그렇듯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때도 많고

아직은 생각이 어리니 어른인 부모가 나서줘야 할 것 같지만

어느새 아이는 성장해서 부모보다 한 발 앞선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여느 부모가 그렇듯, 아이의 장래와 미래를 걱정하고 의견 충돌이 많았던 부자 지간이지만

역시나 아이를 이기는 부모는 없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봐요


작가 츠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보니 책을 읽으며 어떤 사람일까? 상상으로 그려봐야 했는데요

아들의 말에 따르면

작가 츠지는 사람들에게 쉽게 손 내밀거나, 마음을 내어주진 않는 편인가봐요

17살인 아들의 직설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츠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데

그 아이가 훌쩍 자라 이제 아버지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네요


이 책을 처음 읽어 내려갈 때는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마, 작가 츠지 본인이 아직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테고

아들을 잘 키워야한다는 압박도 있었을테고

본인이 생각하는 평범한 가정 환경이 아니라는 위축감도 있었을테죠

거기에 퍽 살갑지만은 않는 사춘기 아들의 심리 상태도 살펴야 했을 테니까요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르고

아들이 성장해가면서

사춘기인 아들이 속을 썩일때도 있지만

생각이 깊어지고 한 인간으로 성장해나가는 것과 함께

츠지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어요

아들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작가 츠지는 중심지 파리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하는데요

아들도 아버지에게서 독립을 해야하는 것이 맞지만

아버지인 츠지가 아들로부터 몸도 마음도 편안히 독립할 수 있었다는 점이

독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함께 응원하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프랑스의 각 각 다른 하늘 아래 살고 있을

두 부자의 행복한 하루하루를 기원합니다:)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완독 후 주관적인 느낌을 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