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이번 책도 소개 내용은 제대로 안 보고 짙고 굵은 몇자와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 얼마전 읽었던 [수상한 목욕탕]과 [수상한 중고상점]이 은밀한(?) 비밀을 간직한 곳이었지만, 여긴 뭔가 좀 다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마다 달려가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서 이미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위로"는 덤으로 느끼는 안정감이었다.
일러두기 부분이 다른 책보다 길게 나와 있길래, 중요한 내용인가 싶어 찬찬히 읽어보다가 작가의 간단 이력을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 바로 알았다. [서점에서 정말 있었던 마음 따듯해지는 이야기]와도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고. 지금 이 책은 그 때 취재하면서 알게 된 고바야시 서점에서의 이야기들로 꾸며진 픽션과 논픽션이 함께 담긴 책이다.
신념도 야망도 없이 그냥 어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출판유통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 신입사원 오모리 리카씨의 시선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출판유통회사에 취직을 한 그녀는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거짓으로 포장된 자신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최대한 약점을 숨기기 위해서 한 행동이겠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나고 자란 도쿄가 아닌 오사카로, 게다가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영업부로 발령이 나버린 오모리는 이제 거의 자포자기 한 상태로 오사카로 향하게 된다. 아무런 희망없이 희망열차를 타고서.....
오사카로 발령을 받은 그녀는 자신의 사수인 나카가와 계장과 다이한이 거래하는 서점을 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담당하게 될 서점을 배정을 받고, 그 첫번째 과제로 분에츠도 서점에서 이틀 간 연수를 나가는 것이었다. 이틀간의 짧은 연수를 하며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서버린 그녀는 도움이 되고자 했던 일이 오히려 지점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그 일로 고바야시 서점을 방문하게 된다. 처음엔 벌이라고 생각했던 고바야시 서점의 방문은 오히려 오모리에겐 책과 가까워지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인 유미코씨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들이 결코 서점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고, 다른 사회학, 경제학, 처세술의 이야기를 굳이 읽지 않아도, 위로를 담은 에세이를 읽지 않아도 될만큼 그 많은 내용들이 이 한 권에 다 들어있어서 좋았다는 거다.
고바야시 서점의 8가지 이야기.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회사를 운영하든 장사를 하든 어디에든 통하는 "진심"이 담겨져 있어서 좋았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물건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기까지 진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그게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유미코씨의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지만, 오모리씨의 이야기는 어쨌든 픽션이다. 유미코씨의 성장 이야기에는 다행스럽게도 나쁜 사람들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무조건 딴지를 걸거나 괴롭히거나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모두가 그녀의 성장에 도움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들만 등장한다. 이것만큼은 너무나 소설같은 이야기. 비현실적인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의 진심을 어디까지 진심으로 받아들일까? 나의 이런 진심을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에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이 변하고 별의 별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런 의심은 꼭 필요하다고, 무른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진심은 함부로 내보여선 안된다고 말이다. 책을 읽고 또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가 내보여야 하는 진심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일까?"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또 미련을 갖는다. 모든 사람들에게 다 진심이라는 게 통하는 세상이 오면 정말 좋겠다고....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