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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상식사전 - 일도 관계도 센스 있게 하고 싶은 신입사원을 위한 회사생활 필독서, 최신개정판 ㅣ 길벗 상식 사전
우용표 지음 / 길벗 / 2022년 10월
평점 :
내가 마지막 직장생활은 한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이다. 그 이후로는 직장을 다닌다기 보단 고정적이면서도 기간은 길지 않은 단기 아르바이트만 했을 뿐이다. 한 업체에서 받는 일이지만, 일이 있을 때만 하고 일이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소위 부업과 같은 일이다. 사람들은 부업이라고 하면 고정되지 않은 일자리. 말하자면 소속감 없이 일하는 인력사무소사람들이나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가끔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해 온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 생각이 제일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일일수록 기본적인 매너와 신용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일하는 입장에선 필요할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인 동시에 필요할 때만 할 수도 있는 창과 방패의 기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에서 쌓았던 업무지식 따윈 대부분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의 업무매너와 업무방식은 여전히 통했던 시간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직장상사나 인생선배의 조언은 득이 된다.
다만, 그게 진짜 조언인지 잔소리인지 구별을 못하는 소위 꼰대들이라는 사람들이 문제긴 하지만.
책을 읽으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다.
[회사에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는 말은 이미 변해버린 사회경제가 그걸 매일 알려주고 있는데도, 야속하게 들렸다. 그래... 충성까진 아니어도 열정을 다 할 수는 있는데... 이젠 그것도 소용없는 일이 되는걸까? 싶은 아쉬움이랄까?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회사에 충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곧 '이 회사가 평생 직장이 아닌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경유지'라는 말이고 그러니 함께 일하는 동료도 떠나면 곧 남이 되는 것을 의미하니 사생활을 공유할 필요는 없는 관계가 되는. 그래서 직원의 사생활을 묻는 게 결례라고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주말엔 뭐했어?"라고 인사처럼 묻던 세대여서 그런가 정말 삭막해졌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질문에 세세하게 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영화봤어. 집에서 쉬었어. 여행갔었어. 정도의 단답이어도 충분했으니까. 더 얘기를 하고 말고는 상대방이 결정할 일이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20년 전에도 내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친구밖에 없었고, 나 역시 동료의 사생활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건 월요일 아침이면 그냥 습관처럼 건네는 안부인사였다. 사생활 문제가 회사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아니라면 문제를 삼지도 않았다. 어쩌다 안부처럼 묻던 인사가 결례가 되어버리게 된건지 모르겠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지난 20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무튼 이 책은 사회생활을 앞둔 청년세대는 물론 나같은 경단자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준비자세, 기본적으로 알아야 될 내용들부터 직장대내외에서 지켜야 할 기초 매너,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등의 제반사항까지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다.
과거에서 멈춰버린 나의 시계를 여기까지 끌고 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요즘의 분위기는 이러하다 정도로 파악만 하고 있어도 꽤 도움이 될 만했다. 물론 책에 있는 모든 내용들을 습득한다해도 내가 그걸 실무에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지, 언제 쯤이 되어야 능숙하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책없는 상사들과 일할 때 최소한의 방어장치는 본인이 챙겨야 하는 건 변함이 없었고, 예전엔 회사 유니폼을 착용해서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던 복장에 대한 내용도 기성세대와 현재 세대의 갈등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회식문화에 대한 얘기도 있고,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아도 여전히 장착되지 않은 전화매너를 가진 사람과의 통화법도 알려준다. -전화 매너하니까 또 생각나는데, 그때가 직장생활 5년차쯤 되었을 때인데, 그 날 따라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수십통을 응대하다가 나중엔 전화를 받자마자 사레가 들리는 일이 생겼다. "@@@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사레에 들려 켁 하는 소리를 내었는데, 하필 지사에 계신 부장님의 전화.... 업무 중에 뭐가 그렇게 신나서 웃냐고 화를 내시는데... 당황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밖에 못했던...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아직도 억울함. ㅠㅠㅠ-
있어도 챙겨주지 않는 회사 복지를 알아서 챙기는 법과 괜찮은 회사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약간의 팁도 담겨있다.
그리고 정말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장례식장 조문코스]도 책에 나온다. 요건 정말 직장생활과 상관없이 누가 가르쳐 줄 일도 거의 없고 물어 볼 기회도 마땅치 않은 사회생활 매너이니 꼭 챙겨봐야 할 꼭지다.
내가 직장생활이란 걸 할 때는 여기에 소개된 업무에 대한 내용들이 막 시작될 무렵, 그러니까 과도기에 해당하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책을 보니 그런 문제들이 많이 개선이 된 듯했다. 하지만, 개선이 된 만큼 개인의 더 뛰어난 능력을 요구하는 사항도 늘어났고, 그만큼 삭막해져버린 관계에 대한 내용도 많아졌다. 다 "너를 위해서"라며 조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채 남발해댄 쓸데없는 잔소리와 간섭들 때문에 생겨버린 것들이겠지만 말이다.
역시 라떼는 죄가 없다. 그저 그걸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쓰지않고, 상대를 깎아내리고 비난할 용도로 쓰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
그래서 말인데... 제발... 나이가 많아도, 직급이 높아도,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아도, 자신의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자기도 누군지 모른다면 자기 소개는 좀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다. 자기의 전화를 받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상대방은 무조건 자기를 알 거라는 그 대책없는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그런 전화를 받는 직원들이 하루에 응대하는 전화가 몇 통인지 알기나 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물론 알고 싶지도 않겠지만)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