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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 집밥해 먹지 않을래요? - 나는 왜 집밥하는 의사가 됐는가
임재양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7월
평점 :
집밥 예찬을 이렇게 구구절절 써놓은 책을 출판하신 분이 결국은 암환자가 되었다는 에필로그는 사실 충격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거기까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며 내 몸을 관찰하는 것 말고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외식의 폐혜를 내가 경험을 했고, 내 몸 자체가 잦은 외식은 사양한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불경기에 물가가 치솟고 있다. 아무리 아끼고 아낀다고 해도 쉽게 아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밥값이다.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에 들여야 하는 돈이 최소 1만원이 되어버리니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평소에 요리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뒤 다음 날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부지런함을 요한다.) 사실 전업주부인 나도 매일의 저녁 메뉴정하기가 스트레스인데, 도시락까지 준비해야 된다면 정말 힘들거 같다. (뭐 실제로도 아들 도시락을 몇 달 챙겨줬는데 은근 스트레스이긴 했다. ) 그 옛날 엄마들은 어떻게 그 도시락을 매일 싸줬었는지 실로 존경스러울 정도다.
사실 모든 문제를 떠나서 나는 집밥이 좋다. 내가 요리를 잘해서 집밥이 좋은 게 아니라, 요리를 못해도 내 몸에 거부감이 없어서 집밥이 좋다. 식비가 부담스럽다고 싸구려 제품을 쓰지 않고도 그저 재료 한 두개를 빼버리고 조금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들면 되고, 각종 조미료로 치장한 것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화학조미료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 일반적인 레시피로 만들면 바깥밥을 먹은 날처럼 많은 물을 마시지 않아도 속이 거북하지 않다. -물론 그렇게 만들면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없어서 나도 결국 사용은 하지만-
한창 젊을 때는 모르고 그냥 지나쳤었는데, 점점 나이가 드니 바깥밥을 오래 먹을 수록 탈이 나는 날도 많아진다. 그게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세세하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그 미묘한 불편함이 있다. 문제는 그게 쌓일수록 스트레스가 되고 일상에 방해가 된다. -사람마다 다르니 일반화 할 순 없는 내용이지만-
책은 왜 집밥을 먹어야하는지에 대해 아주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떤 식재료를 골라 어떻게 요리를 해야하는지, 집밥을 먹으면 뭐가 좋은지, 생각보다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주 정성스럽게 해 놓았다. 내 생각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집밥의 좋은 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시간과 돈, 노동력을 써가며서 집밥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일신의 편함을 더 추구할 것인지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면, 이왕이면 집밥으로 그 저울이 기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이 책을 썼다고 믿고 싶다. 그만큼 밥을 먹는다는 것,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이 사는 데 중요한 문제니 말이다.
한편으론 음식점을 하시는 자영업자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집밥이 습관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