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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단어 품격있는 말 - 말맛은 살리고 표현은 섬세해지는 우리말 수업
박영수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5월
평점 :
언젠가 사적모임의 자리에서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된 날이 있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그래서 매일하는 얘기의 연장선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사람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주는 입장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사람들이 쓰는 단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지금 하는 말들에서 들려오는 단어들이 어떤 것들인지, 어떤 단어들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말이다.
자리가 자리니만큼 고상한 단어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오래 만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어릴적 친구처럼 너무 격의없는 단어선택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 역시 술의 힘이란.... - 거기서 느끼게 된 또 한 가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늘 생각을 해왔던 "나이, 사회적 지위, 환경"이 정말 언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문해력이 사회적문제가 되어서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소개된 단어들이 보통은 일상에서 관용어구로 쓰는 말들이라 틀린 표현을 쓰는 경우는 드물지만, 비슷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왜 이때는 이 단어, 저때는 저 단어를 써야 되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었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감으로만 알고 있다가 문자로 설명된 것을 보며 확실하게 구분을 할 수 있게 된 단어들도 상당히 많다. - 하지만 여전히 내겐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애매한 단어가 몇 개 남긴 했다. -
뒷표지에 쓰인 "감으로 쓴 낱말을 적확한 낱말로, 모호한 글을 논리적인 글로"라는 것에 어울리는 내용들이 한가득 들어있는 책이다.
게다가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데는 오로지 이런 목적의 내용만이 아닌 의외의 내용들이 간간히 등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영수회담, 정상회담'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 소매를 걷어붙이다'라는 관용어구의 유래가 나오고, '중개, 중계'에선 공인중개소라는 단어를 살짝 밟고 '복덕방'이란 단어의 유래를 설명하며, '깨달음, 미립, 요령'에선 한단어라고만 생각했던 '깨닫다'가 합성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그 설명을 통해 '연륜'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며, 생각해본 적 없는 '공부'의 숨은 뜻을 통해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이 너무도 당연했다는 것을 알게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런 언어에 관련된 책이라도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문해력 논란은 차치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사람과 사람사의 공감과 소통을 위해서라도 바른 단어를 쓸 줄 알아야 하며, 이건 배움의 깊이와는 상관없는 개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만들어내는 교양과 품위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고 외국어가 중요하다지만, 우리말에 대해서도 그렇게 관심과 사랑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외면하고 모든 부정적인 상황에서 "짜증나" 한 단어로 퉁치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동시에.....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