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한국어 : 사자성어·상용속담
전광진 지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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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를 설레게하는 어문계열의 책을 만났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제대로 설명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 책을 읽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물론 내 주변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걸 안다.)


가끔 외국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다보면 우리의 속담이 번역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분명 내 귀에 들리는 영어원문은 그게 아니었는데 번역은 우리의 속담이 등장한다면, 외국에도 이와 같은 상황에 쓰는 관용어구가 있다는 말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학창시절 영어시간에 그런 내용을 간간히 들은 기억도 있고...)

일본이나 중국이라면 서로 통하는 문화권이라 그러려니 하겠지만, 영어표현이 함께 들어 있다하니 어떻게 설명해놨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기에 머리말에 저자가 미리 말해뒀듯 사자성어도 속담도 익숙한 표현이 많다. 물론 사자성어를 그대로 쓰지는 않아도 풀이된 의미를 보면 일상에서도 많이 쓰는 말들이고, 속담은 정말 단 3개만 처음 들어봤을 뿐 그걸 제외하면 표현은 조금 다를 지언정 다 들어본 내용이다.

예를 들자면,

사자성어 중에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표현은 낯설지만, '사람을 판단할 때 "몸가짐, 말씨, 글씨, 판단력"의 조건을 둔다'는 의미로 보통 악필인 사람들에게 글씨교정의 중요성을 말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고, '숙호충비(宿虎衝鼻)'는 '자고 있는 호랑이의 코를 찌른다'는 뜻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고 있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다."라고 쓰는 그 말이다. 속담의 경우는 일상에서도 너무 흔하게 써서 그게 속담인지 단순 비유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이 쓰는 표현들이다.

사자성어들이 속뜻으로 먼저 풀이를 한 뒤 우리가 익히 아는 사전적 의미까지 설명해서 이해하기 쉽게 하고 영어로도 설명이 되어 있다면, 속담은 비유적 표현과 더불어 같은 의미의 외국의 속담까지 같이 등장해 '재미와 이해'라는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킨다. 게다가 맨 뒤에 등장하는 만화 고사성어로 글자 읽기에 지쳐 복잡해진 머리를 환기시키기에도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700개에 달하는 사자성어와 속담들 대부분이 일상에서도 쓰고 있는 표현들이어서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온고지신'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했다고나 할까?

성인인 내게도 이해와 재미라는 일석이조의 만족감을 주는 책이었으니, 언어를 공부해야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내용이고, 특히 사자성어는 찾기 쉽게 가나다 순과 한자 급수 순으로, 또 부록으로 요약표와 세 가지 유형으로 짝짓기 해놓은 부분은 아주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방식이라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나는 "한자는 세대를 거듭해도 계속 해야하는 교육이며, 과도하게 풀어쓴 우리말 사용을 지양하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지만, "한자가 위대한 문자고 그래서 추앙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한자의 간결성 때문이다. 별걸 다 줄여쓰는 요즘 세대들에게 어필 해보자면 한자 한 두개(단어), 서 너개를 붙여(사자성어) 긴 의미의 문장을 표현 할 수도 있으니 이만큼 편리한 것이 또 어딨겠냐는 의미다. 그런 의미를 강조하는 입장이라 나는 [문자 사대주의]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딱 하나. [언어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일하고 공부하는 도구이며 자기 성장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 생각등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어휘가 풍부해야 되고, 짧은 표현안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도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표지에나 머리말, 일러두기에 쓰인 [고품격 한국어]라는 표현을 저자는 어떤 의미로 썼는지 나는 사실 알지 못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지 못하는 법이니 내가 그 속뜻을 알 길은 없다. 그리고 사자성어나 속담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품위와 품격이 높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최소한 살면서 "너는 지금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그런 말을 하냐?"라는 상대방의 조롱섞인 말을 듣지 않게 지위와 상황에 따라 쓰는 어휘가 달라져야 하기에 많은 표현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익힌 다양한 표현을 적재적소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이 아닌 은연중에 고매함을 풍기는, 제대로 고품격인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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