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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평점 :
롯폰기의 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선혈이 낭자한 채 죽은 여자.
무코지마의 한 아파트에선 그 사건을 캐던 르포라이터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사망자의 컴퓨터 주변에서 발견된 메모리 카드 속엔 한밤중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의문의 영상이 들어있다.
형사인 우쓰미 가오루와 구사나기는 사망한 남자의 행적을 쫓기 위해 최초 신고자였던 그의 여자친구 하루미를 만나 그가 잠복취재를 가기 전에 남긴 의문을 말을 듣게 되고, 그가 자신의 고향인 미쓰하라초에서 진행되고 있는 ST프로젝트를 반대하기 위해 개발을 추진한 오가 진사쿠 의원의 스캔들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가 취재때마다 챙겨다니는 수첩과 디지털 카메라, 녹음기, 태블릿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취재했던 내용과 통화기록을 살피던 중 그와 관계가 있어 보이는 한 남자가 행방불명 된 사실도 알게 된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구사나기는 여느때처럼 유가와 교수를 만나러 가지만, 그는 이상하게 사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느긋해하고 회피하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기존 작들을 대부분 드라마로만 봐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유가와는 형사도 조사관도 아니기에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해결해야 될 의무는 없지만, 그는 늘 학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하다가 사건에 깊이 개입하게 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다. 행방불명된 자가 바로 유가와 교수가 아끼는 고등학교 후배이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제자 고시바 신고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인간됨을 믿기에 이번 살인사건에 연관이 있을진 몰라도 범인은 아닐거라 단정하는 유가와.
구사나기는 평소와 다르게 비협조적인 유가와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 모르나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그렇게 느낌) 독자로서 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기에 유가와가 되도록이면 고시바 신고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는 게 그대로 보였다. -나는 히가시고 게이고 작가의 이런 식의 뻔히 다 보이는 이야기 전개가 너무 좋다.-
그렇게 이야기는 돌고 돌아 이 모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이야기는 돌고돌았을지 모르나,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한 인물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뻗어나가고 있고, 그 이야기들은 도난이든 살인이든 모두 맥을 같이한다. 그리고 너무나 사소하게 등장했던 것 같은 인물이 의외로 범인이 되는 경우는 이 작가만의 하나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소설 전체를 두고 봤을 때 너무나 미미한 분량의 등장인물이었을 뿐인 자에게 배정된 역할설명에 이미 힌트가 있었으나 내가 그 부분을 늘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건 대사가 한 줄이라도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작가 때문이다.라고 우겨본다.-
그리고 늘 냉철한 모습을 보여왔던 그가 아닌 인간적인 모습이 더 부각된 작품이라 더 새롭게 느껴졌던 금단의 마술.
이쯤되니 그동안 드라마로만 접해왔던 그의 작품을 이젠 책으로도 한 번 읽을 때가 된 듯하다.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