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들어간 한국사 - 한층 깊은 시각으로 들여다본 우리의 역사
김상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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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쓴 책은 아니지만, 여러관점에서 바라보는 세계사 이야기들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단순히 역사적 사건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닌, 전염병, 식물, 물고기, 종교 등등의 주제가 역사적 사건과 만났을 때 그 이야기는 더 풍성해지고 다양한 시각으로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커피로 예를 들자면, (초반은 다 생략하고) 미국 독립운동의 시초가 되었다고 알려진 [보스턴 티 파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 아는 이야기니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보스턴 항구에 찻잎이 든 상자를 던지며 영국의 횡포에 반기를 들었던 미국인들이 결국 비싼 차보다 커피를 선택하게 된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미국인들에게 간택된 이 커피가 영국에서는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자리를 잡게 되지만, 여권신장으로 커피하우스는 쇠퇴하고 차문화가 발달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는 악마의 음료였던 커피가 어떻게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게 되었는지. 오로지 이야기의 중심에 다른 어떤 사건도 아닌 오로지 커피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이다.

학창 시절 세계사 교과서 그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주는 새로운 관점의 세계사 이야기.

나는 그런 주제로 쓰여진 한국사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하지만, 그런 방대한 이야기를 쓰기엔 이 땅이 너무 좁았던걸까? 한국사에 대한 책은 언제나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가끔 세대가 바뀌고 정치성향 및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역사에 대한 재평가는 있을지언정 그 이야기가 다양한 경로를 타고 번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정사보다 야사를 더 좋아한다.

정사에 기록된 이야기는 모두 승자의 기록이다. 그것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후대왕이 바꾸고 감춰버리면 알 수 없는 진실들. 그리하여 "~카더라"일지도 모를 야사가 더 눈길을 끄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이 "~카더라"라고 할지라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라는 말처럼 뭔가 근거가 있으니 나오는 얘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재들로 잡학지식을 쌓게 해주는 내용이 가득 담긴 이 책이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시작부터 흥미로웠던 우리나라 최초의 입시학원이 이미 고려시대 때 있었다는 이야기. 남자 형제가 있었다면 왕이 될 수 없었을 선덕여왕 이야기. 열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부당한 간섭을 받고 끝끝내 죽음을 강요당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이야기. 세계 최초의 여론조사를 했던 세종대왕, 금주령으로 제사상에 올릴 술까지 간섭했던 영조의 이야기부터 제중원을 두고 서울대와 연세대가 적통논란을 벌이고 있는 이야기, 교과서로 배울 땐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었던 제중원이 사실은 첫번째가 아니었다는 (더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어릴 적엔 꽤 큰 병원으로 유명했던 제생병원이 최초였다)것, 일제시대 단발령이 남자들에겐 반발을 가져왔지만, 여자들에겐 오히려 여권 신장 운동의 방법이 되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결코 몰랐을 전설적인 독립운동가 김상옥의 이야기, 최초의 한글 교과서를 만든 푸른 눈의 독립투사 호머 헐버트의 이야기. 너무나 당연시 되어 왔던 혼수와 예단이 과거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은 것이었다는 이야기까지.


그냥 그런 야사일수도 있겠지만, 이 내용들이 재미없는 교과서와 연결이 되고, 드라마나 영화와 연결이 되는 순간 한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배가 될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드라마로 가진 역사에 대한 관심이 이런 책들과 이어지면서 그 범위를 점점 더 넓히고 있는 중이니까.

그런 이유를 들어 이제 한국사도 범위를 좀 더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수많은 나라들이 건국과 멸망을 반복해왔으니 뭔가 하나의 주제로 바라봐도 충분히 이야기가 나올 거 같은데 말이다.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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