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여성의 역사
카타지나 라지비우 지음, 요안나 차플레프스카 그림, 김현희 옮김, 정현백 감수 / 토토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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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고 있다. 행간의 이야기들을 더찾아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했던 모범으로 기록된 그리스 시민들의 이야기가 실상은 여성과 아이, 노예를 제외한 남성들의 역사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과거 이름이 알려진 여성지도자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나마도 남자지도자들을 유혹하고 이용한 팜므파탈의 이미지로만 그려지기도 했다. 그중 대표적인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살았던 고대이집트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웠는데...왕인 파라오도 왕비와 함께 나랏일을 했다는 것, 여성관리도 흔했고 다양한 직종의 전문직여성도 많았고, 장보기 목록이나 친구한테 보낸 편지를 보면 교육수준도 높았고, 대부분 15살 이전에 결혼을 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자유결혼이었다는 것, 결혼해도 여성의 성씨와 재산이 유지되었고 시험삼아 결혼생활을 하기도 했다는...지금보다 훨씬 평등한 사회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스 로마 시대로 오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유명한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세계관이 오히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중세로 넘어오며 신앙심깊은 현모양처를 이상적으로 꼽으며 그에 반하는 사람들 중에는 마녀로 몰려 죽거나 갇히거나.. 핍박을 받기도 했다는 것은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19세기에 들어 혁명으로 급격하고 격렬한 변화의 물결이 있었지만 여전히 여자들은 배제되고, 목소리를 낼 수 없이 이름없는 사람으로 살아야했다. 올림픽에도 여성 선수는 참여할 수 없었고...  그럼에도... 변화를 갈망하는 끊임없는 노력들은 1869년 미국의 한 주, 와이오밍주에서 처음 투표에 참여하게 했다고 한다. 미국전체에서 여성투표권이 보장된 것은 1920년이었다고 하니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참 울컥하는 일이다. 최초로 여성참정권을 인정한 뉴질랜드가 1893년, 폴란드가 1918년, 영국이 같은 해 30세 이상 재산이 있는 여성에게 인정했다가 1928년 21세 이상 여성으로 확대, 미국이 1920년, 프랑스가 1944년, 대한민국이 1948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에야 비로소 여성참정권을 보장했다. 

 

세상을 뒤흔든 혁명을 이야기하고 민주주의의 역사와 민중의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절반의 인류가 배제된 역사임에도 그렇게 수많은 인류 지성들이 귀닫고 눈감고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나서야... 길게 봐서 100년, 50년, 그리고 어떤 곳은 5년.... 여성의 존재를 동등하게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21세기, 현재, 이제는 그야말로 여성, 남성의 이분화된 시선이 아닌 보편적 인류의 눈으로 세계사를 써나가야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갈길이 멀지만 무수한 여성들의 역사가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더디지만 제자리를 찾아가고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잡아갈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얇은 그림책이지만...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곱씹어볼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으로 모든 사람이 함께 읽고 이야기나누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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