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 학생주권시대를 열다
김요섭 외 지음 / 테크빌교육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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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선거권이라니... 학생자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아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자치의 방향은 무엇이고,

현재 학생자치는 어디까지 왔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함께 고민하고 해볼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세가지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한 책이라는 저자들의 말처럼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여성참정권의 역사가 1983년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폴란드가 1918년, 영국이 같은해(30세 이상 재산이 있는 여성), 1928년 21세 이상 모든 여성에게 인정,

미국이 1920년, 프랑스가 1944년, 대한민국이 1948년, 사우디아라비아 2015년... 서프러제트라는 투쟁의 역사가 없었다면, 현재 18세 선거권이 아니라 여성참정권을 싸워야하지 않았을까?

직접민주주의제를 운영했던 그리스에서도 정치와 토론에 있어 오로지 시민(여성, 노예, 아이를 배제한 남성)에 의한 민주주의에서 출발해서 이제야.. 만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4.13 선거를 앞두고, 모의선거를 해라 마라... 특정 교원단체가 학생들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아직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차마 선거권을 내줄 수 없다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어지러웠다.

유관순열사가 17살에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그레타 툰베리는 16세에 기후변화행동시위를 이끌었다. 어른들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10대가 할 수 있다는 것은 곳곳에서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18세에 선거권이 주어질 때 청소년이 보다 더 삶과 맞닿은 문제로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고 더욱 생생한 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홍차왕자라는 일본 만화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교내문화제였다. 기획부터, 준비 그리고 행사를 치루기까지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고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로 학생들의 자부심이 크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고 극복해내면서 한층 성장하게 되는데, 이 책(71쪽)에서도 '일단 배가 산으로 가든, 제 방향으로 잘 가든 믿어주는 지지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믿고 맡기는 선생님도 활동의 내용이 미미하거나 갈등 상황이 생기면 즉각 개입하여 대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면 일단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느낌이고 평소 학생 호라동에 대한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활동을 우선시하며 대리 결정하는 장면에서 이게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학생자치활동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실제는 허수아비 같은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라는 학생의 말이 씁쓸하다. 잘해보려고 했지만 좌절했던 나를 보는 것도 같고, 옆에서 지지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한발 물러선 선생님의 모습이 보여서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요즘 서울시교육청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하나가 '꿈'사업이다. '꿈을 담은 화장실', '꿈을 담은 교실', '꿈을 담은 놀이터'... 꿈 시리즈의 취지는 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보기좋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학생들이 진짜 주체가 되어 우리의 삶터인 학교와 교실을 돌아보고 어떤 삶을 나누고 싶은지 그 고민을 나누며 만들어가는 공간혁신 교육이다.  코로나때문에 학생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제한되는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전체 어린이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우리 공간을 바꿔나가는 일이 가능할까?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것이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학생의 주체적 참여로 엮어가는 삶의 공간의 변화를 모색하고 단지 행사위주 이벤트처럼 이루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교사들이 교대나 사대 교육과정에서 학생자치에 대해 제대로 배운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교대교육과정내에서는 없었다. 학급운영, 학급자치, 학생자치에 대해서 잘 모르고 현장에 와서는 정해져 있는 시간을 채우기 바쁜 하나의 과중한 업무로 여겨지는 것도 큰 이유인 것 같다. 심지어 연간 회의주제를 다 잡아결재받아놓고 그때그때 해나간다는 학교도 본 적이 있다. 실제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바꾸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주체가 되어본 경험이 없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 형식적 회의만 한다면 자치에 생명력을 갖긴 어렵다. 교사들 역시 학교안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경험을 과연 얼마나 했을까? 뭔가를 바꿔본, 참여의 경험들이 있었을까? 나 자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학생들과 나누고 가르친다는 것이 가능할까?

학교와 사회의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할 것인지, 법과 제도적인 측면, 구체적인 실천 사례들도 소개하며 학생자치, 학생주권시대를 함께 열어가자고 손내밀어주는 책이 반가웠고  동료선생님들과 꼼꼼하게 같이 읽으며 우리는 어떤 것부터 실천해볼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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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mk 2020-10-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쓰신 학생자치에 대한 댓글을 보고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적 회의진행을 설계하고 진행하는일을하며 종종 학교요청으로 학교에가서 회의진행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댓글을보실지 모르겠지만 확인하신다면 인터뷰를 요청드리고싶습니다 제대로 학교현장에서 회의방법을 알려주는길이 무엇지에 대해서 의견을구하고자합니다 개인적으로 학교내에서 민주적 소통구조만들기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제 메일주소는 leftmk@hanmail.net입니다 가능하시다면 메일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