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규칙은 관계 중심인가? - 통제의 힘에서 자율의 힘으로 관계를 해치는 규칙에서 관계를 살리는 규칙으로
원은정.신동엽.박성근 지음 / 착한책가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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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에는 기피학년, 선호학년이 있다. 

내경우는 초등이라 모든 것은 겪어야 알게 되는 일이지만  1학년은 처음 입학해서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가도록 해야하고 아이들과 같은 4시간이라도 일일이 설명해야하는 것이 많고 아이들도 끊임없이 질문을 하여 수업의 밀도가 높아 어렵고, 6학년은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 사고를 쳐도 크게 치고 친구간의 갈등도 심심치 않아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이제 학교폭력전담기구)가 열리는 경우도 있고 생활지도가 어려우니 힘든 부분이 있고 5, 6학년은 교과지도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교과전담을 많이 확보해서 또 교과지도에 대한 부담이 역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또 고학년 친구들과는 의사소통이 잘 되고 학급의 규칙을 함께 만들었을 때 수월하게 운영되는 면도 있다. 2, 3, 4학년이 좀 학교생활에 좀 익숙해지고 수업시간도 고학년에 비해 적지만 교과전담 지원이 적고 수업의 밀도가 높은 면이 있고... 결국 다 장점과 단점은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학년의 특성보다 그해 생활교육의 어려움이 가장 큰 학년, 학부모 민원이 많은 학년이 기피학년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20년 가까이 학교에 있으면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여러 문제상황에 맞닥뜨려왔지만 늘 새롭고 어려운 부분이라...학급에서 싸움, 놀림, 수업방해, 무기력 등 친구들이나 교사와 사이에 갈등이 생기거나 문제상황에 놓였을 때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법을 교대교육과정에서 배운적도 없고, 개별적으로 교사공동체라든지, 책을 찾아서 읽거나 연수를 듣거나 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모두에게 다 맞는 정답이라는 건 없겠지만 개별 학급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렇게 쌓아온 노하우로 각자 해결하게 된다. 달래고 꾸짖고 심하면 부모님도 부르고, 동학년에 도움도 청하지만 딱히 어떤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학교마다, 매해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고 나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건 아닌가 스스로 찔리고 네가 잘 못가르쳐서 그렇겠지 나는 안그랬을 걸.. 하는 시간을 느끼기도 한다. 

작년 우리학년은 좀 기피학년이었다. 선생님들은 제각가 희망학년을 썼지만 우리학년은 아무도 희망하지 않아 세분이 자원해서 모이게 되었다. 여자아이들 수가 적어서 관계에 예민하고 남자아이들 중에는 수시로 교실에서 탈출하는 아이,  어른에 대한 불신, 우울감과 무기력, ADHD가 있는 친구들도 있고,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장애아가 있어 하루에 2~3시간씩 활동보조인이 같이 교실에 있어 부담되기도 하고 여러 이유에서 그랬던 것 같다. 역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겨 동학년 회의도 하고 학부모 상담도 하며 학교에 있는 생활규정을 찾아봤다. 학교생활에 필요한 여러 규정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지속적인 수업방해가 있을 때, 친구들을 괴롭힐 때 어떤 대처를 해야할지는 나와있지 않았다. 다만 생활지도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학생 선도위원회 규정'을 별도로 두고 운영한다. 심각한 폭력 사안에 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규정'을 별도로 운영한다. 그리고 그 두가지는 문제가 생겼을 때까지 볼 필요가 없었다. 살아있는 생활규정이 아니고 정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만 발동하는 규정이라면... 그건 공동체를 살리는 것일까 해치는 것일까 고민하던 때에 "학교규칙은 관계 중심인가?"라는 책을 만났다. 영화인문학책을 쓰고 청소년, 학부모 교육에 힘쓰고 계신 원은정선생님이 반가웠고 고등학교 역사샘이신 신동엽,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박성근 선생님과 함께 세분이 학교 규칙을 고민하셨다니 딱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소개와 제목을 보고는 뭔가 해답을 딱! 찾을 수 있을거다 싶었는데..... 막상 펼치니,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다는 노하우를 담은 실용서가 아닌 철학서였다. 

읽으면서 누가 주는 정해진 답이 아니라 공동체가 같이 찾아가는 답이 사실은 가장 좋은 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일제강점기를 거쳐온 학교의 역사,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의 발달에 맞춰 현장도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 역시 별로 민주적이지 못한 시기에 교육을 받았고 교사양성기관인 교대와 사대에서도 제대로 인권교육, 생활교육에 대해 교육받고 고민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고 학급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다. 몇차례의 수업실습을 나가고 임용고사에서는 교육학과 교육과정에 대한 시험과 수업시연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현장에 나오지만 막상 교실에 홀로 섰을 때 당장 무엇을 해야할까... 는 오롯이 교사 개인의 과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대 교육과정이 바뀌어야하고 또 현장의 공동체성이 살아서 같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교원학습공동체가 내실화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처벌을 위한 규칙이 아닌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생활규정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몇몇 선생님들과 pdc에서 말하는 성찰교실, 회복적 생활교육 등을 공부하기도 했는데 이책에서는 그걸 '관계중심'이라고 말한다.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가, 아이들과의 관계는 어떠해야하는가? 학급에서 학교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규칙들이 있어야 하는가? 그 규칙은 일방적인가? 아이들과 합의된 규칙인가? 잘못하면 혼나는 게 당연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규칙=벌'로 생각하고 친구들간에도 맞을짓을 했으면 맞아야한다거나 처벌을 염두에 둔 규칙을 생각한다. 그러니 합의가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공동체를 살리는 규칙이라고 할 수 없다. 

선생님들과 교원학습공동체에서 함께 읽으며 교사대 교육과정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제언해보고 학생과 교사의 인권이 존중되는 분위기의 관계만들기를 고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 교실, 각 학년, 각 학교의 규칙은 아이들과 마주하며 함께 성장하는 규칙으로 권한도 갖고 책임도 갖는 규칙이 되도록 만들어가야할 것 같다. 오래오래 걸리더라도 규칙을 성찰하는데서부터 규칙만들기를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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