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 김도언 반올림 45
김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이금희님의 "거기, 내가 가면 안 되요?"를 푹 빠져서 읽었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신분에 따라 부여되는 삶의 운명을 거스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도전하고 깨지면서도 나아가는 수남과 채령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밤새 읽었는데... 여성 변사의 이야기라니, 그 자체도 신선했지만 일제 강점기를 굳은 신념으로 살아내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눈물나게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모진 삶을 살아낼 수있을까, 옳다고 믿는 것을 굽히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앞에 없는 것도 있다고 말해버릴 것만 같은 나약한 인간인데 독립을 위해 목숨걸고 싸웠던 조상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멀리 동떨어진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꿈이 아니라... 도언이 꿈꾸는 세상은 그저 임석경관이 감시하지 않는 극장, 검열받지 않는 필름, 변사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는 세상, 감시하는 사람이 없고, 오빠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세상, 그 당연한 일이 유토피아가 되는 삶이라는 것... 그저 일상의 삶을 누리고 싶은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금의 자유를 우리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죄스런 마음도 들었다. 

"봄은 언제 올까요?" 흔들리는 마음을 담아 묻는 도언에게 아버지 김선대는 "언젠가는 온단다. 다만 겨울이 조금 길 뿐이지." 라고 대답한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조선의 독립을 믿지 못하고 일본에게 나라를, 백성을 가져다 바칠 때, 언젠가는 끝날거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봄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살아내었던 인물들 모두, 누가 주인공이랄 것이 없이 꼭 기억해야할 주인공이었다. 3.1운동의 역사와 결을 같이하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하여 김하은 작가님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흔적이 살아숨쉬는 인물들의 삶을 엮어낸 것 같다. 이름이 알려진, 이름없이 사라졌던 독립을 위해 애쓴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다지며 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