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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평점 :
첫 눈에 보고 반해서 그렇게 40여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살아온 아내 미리엄이 죽은 지 꼭 1년이 된 그날이 아서 페퍼의 삶에 큰 혼란을 야기한 날이었다. 아내의 부재를 통한 고독을 매일같이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슬픔에 잠겨 시간을 보내는 게 그녀를 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 아서는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둔다. 1년이 딱 되어서야 아내의 유품을 정리할 용기가 난 아서는 미리엄의 옷장을 정리하다가 낯선 팔찌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덟 개의 각기 다른 모양의 참이 달려 있는 미리엄의 팔찌. 아서는 그 팔찌를 통해 그를 만나기 이전의 미리엄을 만나게 된다. 자신에게 단 한 번도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 역시 단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미리엄의 숨겨진 과거를 말이다.
팔찌에 달린 참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세계 방방 곳곳을 누비게 되는 아서.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세상을 편견 없이 마주할 수 있었고, 계획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집을 떠나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내의 과거를 알기 위하여 떠난 여정 길에서 자신도 몰랐던 본인의 진정한 모습을 하나씩 알게 되는 아서.
하지만 많은 일들 가운데서 도착한 ‘아내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하나의 비밀이 풀려갈 때마다, 하나의 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알던 아내 미리엄에게 예상치 못했던 과거사가 하나씩 들려올 때마다 아서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참은 총 여덟 개. 과연 아서는 40여 년 전에 있었던 아내 미리엄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까? 미리엄의 과거를 알고 난 뒤, 아서는 계속해서 미리엄을 사랑할 수 있을까?
우연히 발견하게 된 아내의 팔찌를 보고 아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아내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에 떠나게 된 아서 페퍼의 여행은 읽는 내내 유쾌했고, 감동적이었고, 공감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미리엄의 유품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금색 팔찌에 달린 참의 비밀들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아서와 함께 놀랐고, 미리엄의 다양한 모습들을 추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미리엄을 기억하는 아서의 모습에서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아서가, 여행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면서 자신을 옭아맸던 틀에서 벗어나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에는 힘껏 박수를 치기도 했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추억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길에서 원하는 것을 얻었든 얻지 못했든 간에 아서의 여행을 통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기에 무척 행복했다. 팔찌 속의 참들이 이끄는 대로 파리, 런던과 영국 전역을, 그리고 인도까지 오가는 아서의 모습은 무모해보이면서도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고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서 무척 감동적이기도 했다.
솔직하고도 변화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아서 페퍼의 여행길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길은 이제 시작이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더 기대되는 책이다. 가슴 뭉클한 아서 페퍼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